[막오른 '집단소송' 시대] 처벌은 엄하게, 소송도 어렵게 기업-변호사 '화해 담합' 막아야 엄벌취지 흔들리고 기업·주주들 부담커져'경영 발목잡는' 소송도 엄격하게 제한하고소액주주 권리구제 장치와 균형도 맞춰야 '비례책임제' 도입 필요 "증권 집단소송은 허위공시ㆍ부실회계ㆍ주가조작 등 심각한 증권사기를 다루는 만큼 엄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기업ㆍ회계법인 은 물론 임원ㆍ회계사 등이 도산하고 파산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고 어려워야 한다." (전 서울지방법원 판사) '집단소송제도'라는 기차가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일단 소송이 시작되면 한쪽은 승소, 한쪽은 패소라는 엇갈린 운명을 맞아야 한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은 채 출발을 하면서 곳곳에서 삐걱거리는 마찰음이 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40년의 증권 집단소송 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도 세 번의 큰 제도개선을 거쳤지만 아직도 정답을 찾아가는 중"이라며 "집단소송의 취지에 대해선 모두 공감하고 있고 일단 시행이 된 만큼,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과 변호사의 담합(화해)을 규제하고 소송의 남발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송 남발을 막아라= 1995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상습적인 소송꾼과 변호사가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주도하고 있다. 정작 주가조작이나 분식회계의 피해 당사자인 투자자들은 손해의 일부만을 보상 받을 뿐이다. 대부분의 과실은 변호사들이 화해를 통해 챙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95년과 98년 두 차례에 걸쳐 소송 남발을 막을 방안을 마련했다. 이상복 전 증권거래소 변호사는 "미국은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PSLRA) 개정을 통해 소송꾼과 변호사의 전횡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며 "기관투자가를 소송의 주체로 유도하면서 집단대표에 대한 보너스ㆍ변호사의 보수를 제한하고, 변호사 선임ㆍ화해는 법원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고 말했다. 집단소송은 잠깐 줄어드는 듯 했다가 다시 증가했다. 지난해 12월15일(현지시각)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국가발전을 위해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소송을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대표당사자 뿐 아니라 소송 대리인인 변호사까지 3년간 3건 미만의 소송에 관여할 수 있도록 했다. 대표당사자ㆍ소송 대리인은 물론 소취하ㆍ화해ㆍ상소포기 등도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얻도록 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와 변호사들은 집단소송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경실련측은 "미국은 소송가능 주식 수와 인원에 대한 구체적인 제한이 없고, 법원이 판단하도록 돼 있다"며 "우리나라는 소송요건을 발행주식의 0.01%, 50인 이상으로 제한해 집단소송을 가는 길을 너무 좁고도 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가 집단소송의 남발을 막을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기업과 변호사의 담합을 막아라= 증권집단소송을 취하하기 위한 화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03년도 화해금액은 2조8,119억원으로 2002년의 2조1,507억원에 비해 30%나 증가했다. 건당 평균 화해금액도 240억원으로 20% 늘었다. 기업들이 신뢰도ㆍ이미지ㆍ주가의 하락을 막기 위해 거액을 주고라도 ?彎遮?면죄부를 사고 있고, 변호사는 단기간에 높은 보수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999년 6월15일 뉴저지 법원(담당판사 윌리엄 월스)은 센던트에게 28억5,000만달러(2조9,500억원), 언스트앤드영 회계법인에게 3억3,500만달러(3,477억원)의 주주 화해금액을 판결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화해가 이뤄진 당시의 집단소송을 통해 법무법인측은 1년여 만에 수수료로만 2억6,200만달러를 챙겼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기업과 변호사의 담합으로 이뤄지는 화해가 집단소송의 정신과 효과를 희석 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 변호사는 "기업과 변호사가 사소한 것이나 중대한 범죄나 모두 화해로 처리하면서 중대한 범죄에 대해 엄벌을 가하는 법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며 "화해금은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으로 그 손해는 기존 주주가 떠 안게 되고, 경영진과 변호사만 이득을 보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소방지, 권리구제 균형이 핵심= 미국 기업들이 거액의 화해금을 주고 면죄부를 사는 일이 늘면서 집단소송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타이코(60건)ㆍ엔론(45건)ㆍ글로벌크로싱(50건)ㆍ월드컴(39건) 등 부도난 기업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기업들도 수십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투자은행인 JP모건(23건)ㆍ씨티그룹(13건) 등 처리해야 하는 소송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투자자의 권리구제라는 집단소송의 긍정적 측면을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잘못한 범죄에 대해 중벌에 처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윤 서울고등법원 판사는 "미국에서도 집단소송의 혜택이 소액주주가 아닌 악의적인 대표당사자나 변호사에게만 돌아가는 것을 막기위해 소송을 제한하고 있다"며 "그러나 보호 받아야 할 투자자의 권리구제가 지나치게 제한되지 않도록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승호 기자 derrida@sed.co.kr 입력시간 : 2005-01-0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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