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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놀음 이제 그만] "기업에 족쇄 채우는 나라"… 국가 대표기업도 해외 내몬다

삼성전자 중·베트남 공장 증설… 현대·기아차 해외 생산 늘려<br>뒤늦게 제조업체 유턴 안간힘… 미국 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라인 근무자들이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현대차의 해외 생산기지는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어 생산성이 더욱 높다. 현대차는 현재 60.9%인 해외 생산 비중을 계속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사진제공=현대차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이 줄줄이 불려나가는 모습을 본 한 경제전문가는 "경제민주화를 내걸면서 계속 기업에 족쇄를 채운다면 신규투자는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최성환 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한 나라 경제력의 핵심인 기업의 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가 더욱 절실하다"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제민주화의 열풍이 거세지고 해외에 비해 강도 높은 규제가 가해지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생산기지가 최근 해외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산시성 시안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시안 반도체 공장에 5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반도체 후공정 라인을 짓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 총 투자금액은 당초 70억달러에서 75억달러로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 북쪽의 옌빙에서도 휴대폰 2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삼성전자 휴대폰은 연간 2억4,000만대로 증가, 삼성전자 휴대폰의 절반가량이 베트남에서 만들어지게 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국내에서는 지난 2011년 9월 화성 사업장에 반도체 16라인을 완공하고 현재 17라인을 건설 중인 것을 제외하면 최근 대규모 공장 착공 및 준공식을 연 적이 없다.

현대ㆍ기아자동차도 해외 생산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현대ㆍ기아차의 해외생산 비중은 2010년 45.2%에서 2011년 47.5%, 2012년 51%, 올 상반기 54.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세계 7개국에 10곳의 해외공장을 운영하는 현대차의 경우 올 들어 연간 10만대 규모의 터키 공장 증설을 마쳤고 현재 중국 4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주요기업의 해외설비 증설 러시는 물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국내 기업들이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생산거점을 늘려가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해외로 나가는 기업들의 속내를 보면 이게 전부는 아니다. 경제민주화로 대표되는 기업 옥죄기와 사회적으로 만연한 반기업정서가 우리 기업들을 해외로 내모는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4대 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업들이 해외 생산을 늘리는 것은 글로벌 전략과 인력 확보에 유리하다는 측면도 있지만 국내에서 경제민주화 등 경영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며 전반적인 경영환경이 해외에 비해 악화되고 있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들의 '엑소더스'는 미국 등 해외 기업의 움직임과도 극명히 대조된다. 미국의 경우 애플ㆍ구글ㆍ모토로라ㆍ포드ㆍGE 등 대기업들이 본국으로 생산기지를 유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애플은 신형 전문가용 데스크톱 컴퓨터를 미국에서 생산하기로 하고 1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제조업 부흥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데 힘입은 결과다.



반면 국내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 서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는 모습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국내 정치권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상생법 등 기업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잇단 기업 세무조사와 대기업 총수 구속 등으로 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반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감수하며 국내에서 투자를 늘릴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의 국내 투자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생존은 뒷전인 채 자기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한 대기업 노조의 행태도 국내 기업의 해외 탈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노조 파업으로 입은 손실이 2조원을 넘는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상황에서 현대차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다이모스가 미국 조지아주에 3,500만달러를 투입해 부품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주정부들은 노동 유연성과 각종 행정ㆍ경제적 지원을 앞세워 현대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뛰고 있다. 반면 국내 정부와 정치권은 근로시간 단축,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 친노조 성향의 노동정책을 밀어붙이며 국내 기업의 등을 떠밀고 있어 뚜렷하게 대조된다.

이 밖에 대기업에 대한 증세 논의와 과도한 기업규제, 땅값ㆍ인건비 등 해외에 비해 높은 생산요소 비용 등도 국내 기업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에 대한 각종 부담이 지속될 경우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곧 국내 산업 생산과 국민소득 감소, 나아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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