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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후보 사퇴] "문재인에 호재" "보수층 더 결집" 엇갈려

TV토론 6시간 앞두고 하차<br>레버리지 효과 극대화 노려<br>국고보조금 27억 먹튀 논란도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가 16일 3차 TV토론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사퇴한 것은 자신과 통합진보당을 위해서 1% 안팎의 지지율을 최대한 활용해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누리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미약하게나마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지만 당장 국고보조금 '먹튀' 논란 등 비난 여론이 많다. 이것이 오히려 보수층을 더욱 결집시키는 소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이 전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보∙민주∙개혁 세력이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실현하라는 국민 열망을 이뤄내기 위해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친일의 후예이자 낡고 부패한 유신독재의 뿌리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재집권은 국민에게 재앙이자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퇴행"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2차 토론회 당시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날 사퇴 이유 역시 '반(反)박근혜'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대선 막판 사퇴에 따른 여론의 반작용을 우려해 문 후보를 지지한다는 표현은 없었다.

가장 논란이 된 27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반환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김미희 대변인은 "법대로 하겠다"고 했다. 그럴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현행법상 국고보조금을 반환할 의무는 없다. 이에 대한 윤리적∙도덕적 비난 여론은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둔 시점에서 후보직을 던짐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대선을 활용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전 후보 사퇴는 예견된 일이었다. 현재의 박∙문 초박빙 구도에서 '제 길을 가겠다'고 고집했다가는 범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한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다만 '3차 TV토론을 소화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토론회를 불과 6시간 앞두고 전격 사퇴를 결정한 부분은 눈에 띈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국민들은 3자 토론도 의의가 있어하지만 양자토론도 보고 싶어한다"며 "박 후보가 양자토론에 응하지 않으니 이 전 후보가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1%의 지지율로 3분의1의 TV토론 점유율을 가졌던 이 전 후보가 이 지분을 양보함으로써 양자토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문 후보에게 확실한 지원 사격을 해 준 것이다.



실제 전문가들도 이 후보의 사퇴보다 마지막 TV토론회에서 양자구도가 그려진 것에 더 주목했다.

권형기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전 후보 지지표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고 (오늘 저녁 치러진 TV토론회에서) 박 후보와 문 후보 간 밀도 있는 토론을 본 10% 부동층의 최종 선택이 더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여야 역시 이 전 후보의 사퇴 그 자체보다는 TV토론이 양자구도로 재편된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신경민 문 후보 측 미디어단장은 "이미 (이 전 후보 사퇴에 대비해) 두 가지 버전을 준비해왔다"며 "양자토론은 우리로서는 손해 볼 게 없다"고 했다. 반면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 전 후보 공격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왔고 문 후보 존재감을 희석시켰던 점을 보면 양자토론은 박 후보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 측은 대선 막판 이 전 후보의 사퇴를 '묻지마 종북연대'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몰아붙일 것으로 보인다. 조해진 대변인은 "이미 사퇴가 예정된 지지율 1%짜리 후보가 40∼50% 후보의 낙선을 위해 TV토론에 두 차례 참석한 것 자체가 국민을 우롱 기만 행위"라며 "문 후보는 이 전 후보와 통합진보당과 손을 잡을 것인지, 자신이 공약한 소위 국민연대나 국민정당에 이 후보와 통합진보당이 포함되는지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런 이유로 이 후보의 사퇴가 오히려 '종북 이미지'로 보수층 결집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마냥 박 후보에게 불리한 변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반감을 느끼고 있는 중도∙무당파에는 이 전 후보와 문 후보의 연대 가능성이 부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한 듯 이 전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 후보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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