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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에코, 소설에서 못다한 지식ㆍ식견 풀어내

■젊은 소설가의 고백(움베르트 에코 지음, 레드박스 펴냄)


야구 경기를 관람하다가 외야에서 날아오는 하얀 공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이 시대 최고의 기호학자이자 철학자,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는 어느 순간 충동적으로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6살 사춘기 소년이던 에코는 베네딕트 수도원을 방문했다가 어두운 장서관에 펼쳐진 '성인전'을 발견한다. 그 순간 깊은 적막과 어둠 속에서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으로 쏟아지는 몇 가닥 빛줄기를 보면서 소년은 온 몸에 전율을 느낀다. 30여년이 흐른 후 무의식 속에 숨어 있던 그 순간이 의식 밖으로 뛰쳐나오면서 소설을 써야겠다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스스로를 '젊은 소설가'라고 부른 에코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양의 책을 읽는 작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지식인 중 한 명이다. 1980년 첫 소설 '장미의 이름'을 발표한 그는 소설가로서 자신의 나이가 채 서른이 되지 않았기에 여전히 젊은 소설가라고 소개하며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바우돌리노' 등 그 동안 펴낸 소설 속에서도 아직 못다한 얘기가 많이 남아있다고 강조한다. '젊은 소설가의 고백'이란 제목으로 에세이를 펴냈지만 그의 고백이란 사적인 의미의 고백과는 거리가 있다. 바로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읽고 쓰는 즐거움을 지칭하는 것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 호메로스와 단테, 보르헤스와 제임스 조이스, 톨스토이와 뒤마 등 수많은 문인들의 작품에 대한 찬사와 날카로운 분석을 자신만의 독특한 유머로 풀어낸다. '창작이란 무엇인가' '안나 카레니나를 위해 울다' 등 소주제별로 자신의 방대한 지식과 식견을 풀어낸 에코의 글은 지식의 유희라는 특별한 즐거움을 준다.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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