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홍보팀의 나지선(32) 대리는 설 연휴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설은 집이 아닌 홍콩에서 친구와 보내기로 해서다. 그는 "일본이나 태국도 알아봤는데 평소보다 가격이 두세배 올라서 포기했다"며 "그나마 홍콩편 비행기 좌석도 비즈니스석으로 끊었다"고 말했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가 연일 계속되자 그의 마음은 이미 따뜻한 남쪽나라로 향해 있다. 16일 하나투어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해외여행 예약자 수가 3만1,000여명으로 지난해 설의 1만1,000여명에 비해 3배 가깝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설처럼 주말을 낀 연휴로 2만여명의 예약자를 기록한 2008년보다도 50% 이상 많은 수치다. 이번 설 연휴는 주말까지 5일이나 되고 이틀만 휴가를 내면 최대 9일까지 쉴 수 있어 해외여행을 즐기려는 여행객이 어느 때보다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욱 하나투어 홍보팀 과장은 "지속적인 경기 안정과 원화 강세에 따른 환율안정까지 더해져 해외여행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이번 설에는 사상최대 인원이 해외에서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설 연휴에는 최근 몇 주째 이어지고 있는 강추위로 따뜻한 지역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설 연휴 국제선 예약률을 보면 태국∙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와 괌∙사이판과 같은 대양주 노선은 99%에 이르고 있다. 신규 취항이 늘어난 저가 항공사들의 동남아 노선도 마찬가지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동남아와 대양주 노선은 빈 좌석을 찾기 힘들다. 긴 연휴에 유럽 노선 예약률도 예년에 비해 높은 편이다. 반면 가까운 중국과 일본 노선은 예약률이 80%대에서 90%대 초반으로 평소보다 낮은 수준이다. 중국 또한 한파에 폭설이 이어져 내륙 명승지의 인기가 떨어졌고 일본은 온천지역 위주로만 관광객이 몰리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관계자는 "설 연휴 1일과 2일에 출발해 5∙6일 돌아오는 노선은 대부분 만석에 가깝다"며 "방콕∙푸켓∙씨엠립∙세부 등 비교적 따뜻한 동남아 노선의 예약률은 100%에 육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로 떠나려는 여행객이 늘면서 설 연휴에 인천국제공항을 빠져나가는 출국자 수는 지난해 추석보다 많은 하루 평균 4만7,000여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공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해외여행자들이 몰릴 것에 대비해 일찌감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여행객들도 3시간 전쯤에는 공항에 나와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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