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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원유 유출사고 나흘째] 20년전 악몽 생생한데… 어민 분통

시민·공무원·해경 등 600명 동원

기름때 닦아내도 끝 안보여

양식장 등 2차 피해 불안감

설 연휴 기간인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시 낙포동 낙포각 원유2부두에서 발생한 원유유출 사고 3일째를 맞아 사고현장과 해안가 마을에서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방제작업이 계속됐다.

2일 오전 7시부터 재개된 방제작업에는 여수시 공무원과 어민, 해경 등 600여명과 함께 해경 경비정 70척, 어선 40척이 동원됐다. 방제작업은 해상과 연안에서 동시에 진행됐으며 사고해역 부근 바다와 신덕마을 등지에서는 해안가 바위와 모래에 들러붙은 기름때 제거작업에 집중됐다.

해경은 이번 사고에 따른 피해 면적이 길이 4㎞, 폭 1㎞에 이르며 얇은 기름막이 퍼진 곳은 사고 현장을 중심으로 1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어 인근 양식장 등의 2차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사고현장에서 2㎞가량 떨어진 신덕마을 해변은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으로 해안 방제작업에 나선 주민들의 얼굴에는 걱정이 역력했다. 신덕마을에는 어촌계 135가구를 비롯해 모두 260여 가구의 어민들이 120여㏊의 공동어업구역에서 바지락 등 조개류, 미역·톳 등 해초류, 우럭 등을 주로 양식하고 있다. 지난 1995년 원유 5,000여톤이 바다로 유출된 시프린스호 좌초사고에 이어 같은해 호남사파이어호 유출사고 등 대형 사고를 잇달아 겪은 곳이다. 당시 악몽이 조금씩 잊혀가는 상황에서 또다시 터진 대형사고로 마을어장이 황폐해지는 건 아닌지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록 이번 유출량은 당시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추정되고있지만 기름띠가 밀물 때 마을 깊숙한 하천까지 밀고 들어와 마을 입구는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날 방제작업에 나섰던 주민 3명이 역겨운 냄새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면서 마을주민들은 "정확한 원유 성분을 밝히라"며 한 때 방제작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번 사고의 마을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정기 신덕어촌계장은 "정확한 원유 성분은 무엇이며, 또 회사 측은 800리터라고 하는데 유출된 기름의 양이 어떻게 되는지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까지 유출된 기름의 70%를 수거한 방제당국은 이날 추가 방제작업을 통해 유출된 기름은 대부분 수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검은 띠를 이룬 기름은 바다를 떠다니다가 조류를 타고 해안가로 밀려들 것으로 보여 어민들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덕리 마을주민 이모씨는 "한번 바위에 들러붙은 기름때는 아무리 닦아내도 원래의 돌 색깔로 돌아오지 않는다"며 "방제가 말끔히 이뤄진다 해도 양식장 등의 2차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걱정했다.

해경은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과 유출량 조사를 위해 유조선 관계자와 탑승했던 도선사, GS칼텍스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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