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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2월 29일] 가자 지구 공습과 민족주의 발호

우연이라 하기에는 절묘했다. ‘문명의 충돌’이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의 타계 소식이 뒤늦게 전해진 28일 새벽.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해 1,0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타전됐다. 헌팅턴은 영면에 들면서까지 생전 주장의 타당성을 증명해보고 싶었던 것인가 하는 얄궂은 생각마저 들었다. 아무튼 가자지구 공습 소식은 경기침체로 우울한 세밑을 맞는 전세계인의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이번 공습은 팔레스타인의 과격한 무슬림 단체인 하마스가 지난 18일 휴전 연장을 거부한 것이 발단이 됐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난해 6월부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정책을 고수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중동 정세 분석가들은 내년 2월에 있을 이스라엘의 총선도 가자지구 공습의 숨겨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유권자에게 어필하려는 이스라엘의 현 집권 세력이 가자지구 폭격을 향후 정권 재창출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삼았다는 것이다. 중동에서의 무력충돌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별스럽게 보이는 것은 전세계에서 뚜렷이 감지되고 있는 민족주의 부흥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각국의 경제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저간의 형편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역사적으로 과도한 배타성을 띤 민족주의는 경제적 궁핍을 자양분으로 성장해왔다. 권력을 잡은 정치 세력으로서는 국민의 불만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외부 세력과의 갈등을 부추기려는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 경제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미 감산 행보에 들어갔고, 러시아도 ‘가스 오펙’을 출범시켰다. 그간 자유무역을 교리처럼 떠받들어왔던 미국도 자국 산업의 보호를 명분으로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 혹한기를 맞아 이래저래 타국과의 마찰이 심화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이 같은 환경 변화에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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