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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가 산업강국 만든다] <2> 회의론 뚫은 한강의 기적

"그러다 망한다" 우려에도 과감한 승부수… 고속성장 신화 일궈<br>현대重·삼성·하이닉스·현대차 등<br>불황에도 핵심사업에 공격적 투자<br>경쟁사 따돌리고 시장경쟁력 키워<br>미래 내다본 혜안 세계가 인정

현대중공업이 울산 앞바다에 독 공사와 선박 건조를 동시에 하던 지난1973년 모습(사진 왼쪽)과 최근 독에서 초대형 선박을 건조하는 모습이 대조적이다.현대중공업은 1993년 세계 조선시장에 심각한 불황이 닥쳤을 때 2야드 건설이라는 승부수를 띄워 수주확대와 효율성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뒀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


세계 해운시장에 심각한 불황이 몰아쳤던 지난 1993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초대형 '독' 2개를 신설하는 2야드 건설이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 시장을 주도했던 유럽 조선업체들이 줄도산할 정도로 극심한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나온 그의 결단은 무모해 보였다. 회사 내부에서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신규 투자의 수익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정 회장은 밀어붙였다. "경기가 나빠도 경쟁력만 있다면 수주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그렇게 완공된 2야드의 독에서 1995년부터 선박건조가 시작됐다. 때마침 서서히 업황이 개선되면서 선박 가격이 올랐다. 현대중공업은 기존 1야드와 2야드를 선종별로 특화해 효율성이라는 새로운 경쟁력까지 얻었다. 지난 9월 말 현재 수주잔량 1억603만톤(CGT)으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오늘의 현대중공업을 있게 한 뚝심의 투자는 이렇게 시작됐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주축인 전자, 자동차, 정유ㆍ화학, 조선, 철강 등 5대 업종은 출발부터 수없이 반복되는'회의(懷疑)' 속에서 성장했다. 특히 시장상황이 불투명한 불황기의 투자를 놓고는 "그러다 망한다"는 비난마저 쏟아졌다. 하지만 승기는 그런 외부의 시선을 뒤로 한 채 미래를 준비한 기업들의 손에 쥐어졌다. 김재문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은 불황 속에서 호황기에 대비해야 한다"며 "경쟁력 있는 핵심사업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입증된다. 컨설팅 업체 베인&컴퍼니가 1990년대 초 경기 침체기의 기업지위 변화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하위 25%에 속했던 기업 5개 중 1개가 상위 25% 내로 부상했다. 상위권 기업들의 공통점은 위기상황이 예견됐을 때 핵심 사업을 선택, 이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에 나섰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바닥 모를 폭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단행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다. 반도체 업체 간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킨게임이 시작된 것은 2006년 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물량공세에 일본의 엘피다를 비롯해 대만의 경쟁업체들도 증산과 제휴 추진으로 맞섰다. 오래 끌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게임은 1년여를 넘기며 장기전으로 돌입했다. 2008년 초 삼성전자가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사상최대인 11조원 투자. 이 가운데 7조원 이상을 메모리반도체에 쏟아 붓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이닉스도 이미 2007년에 4조8,000억원을 투자한 상태였다. 치킨게임에서 양보할 의사가 없음은 물론 경쟁사들을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공세에 경쟁업체들은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결국 2009년 1월 독일 D램 업체 키몬다가 파산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2009년 1ㆍ4분기 D램시장 점유율은 55.9%로 상승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3ㆍ4분기 양사 합계 점유율은 66.5%(삼성전자 45%, 하이닉스 21.5%)로 사상최대 기록을 또 경신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국내외 기업을 과감하게 인수합병(M&A)하는 전략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대규모 신규 투자보다 신속하게 생산ㆍ연구개발 능력을 확충할 수 있는 대형 M&A야말로 핵심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신규 사업을 본궤도에 올릴 수 있는 지름길이다.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업계의 강한 우려를 딛고 기아자동차를 인수해 글로벌 빅5의 반열에 오른 현대자동차는 그래서 우리 산업계가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이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할 당시인 1998년 10월은 외환위기의 고통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려 하자 기아차 경영 정상화에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부터 현대차가 동반 부실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국내외 전문가들과 자동차 업계는 부정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지금 돌아보면 당시 뒤도 안 돌아보고 나아갔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혜안에 경탄할 뿐이다. 대한민국은 최근 10여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발생한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왔다. 작금의 유럽 재정위기로 촉발된 세 번째 위기가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판단을 촉구하고 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산업경제연구센터장(경제학 박사)은 "지금의 위기는 우리 기업들에 기존의 관성적 성장전략을 버리고 수요자의 욕구를 세심히 파악하는 미시적 접근과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며 "선진국 시장이 부진하더라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개도국 중심으로 단기 성장전략을 펴는 것이 한 방법일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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