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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를 겪은 사람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기업엔 엄격한 회계기준…정부는 어물쩍" <br>눈덩이 나라 빚은 정부 '도덕적 해이' <br>특별기구 만들어 승인·통제기능 줘야<br>비전2030등 선전용 복지정책도 위험


[외환위기를 겪은 사람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기업엔 엄격한 회계기준…정부는 어물쩍" 눈덩이 나라 빚은 정부 '도덕적 해이' 특별기구 만들어 승인·통제기능 줘야비전2030등 선전용 복지정책도 위험 이재철기자 humming@sed.co.kr 관련기사 • 김용환 "DJ '換亂극복' 선언 왜 서둘렀는지…" • 김중수 "잠재성장률 저하 가볍게 봐선 안돼" • 최종욱 "제역할 못한 정부·은행·기업 '합작품'" • 유종근 "DJ불신에 美와 외채협상 제일 힘들어" • 이규성 "위기는 올 수 있다. 문제는…" • 이연수 "정부 '하이닉스 무조건 팔아라' 독려" • 정덕구 "대선 휘말려 경제위기 올까 걱정" • 위성복 "기업 사정 모른채 구조조정 밀어붙여" • 손병두 "대우그룹 몰락, 정부도 책임있다" • 김대송 "증권사 무분별 해외진출 리스크 크다" • 이용득 "관치금융이 환란 부른 결정적 요인" • 강봉균 "대우, 구조조정 빨랐으면 해체 안돼" • 임창열 "환란 막을수 있었다" 비공개 사실 • 임창열 "'경제 괜찮다' 강변은 실수 되풀이" • 전주성 "재정 흔들리면 위기 또 찾아올수도" • 김규복 "정책금융 의존 中企이젠 못버텨" • 이만우 "기업엔 엄격한 회계…정부는 어물쩍" • 이계식 "DJ때 정부저항 강해 행정개혁에만" • 최 광 "건전재정 위해 '세출 구조조정' 시급" “일반기업에는 부채에 관해 엄격한 회계기준을 정하면서도 정부 스스로는 구렁이 담 넘듯 슬쩍 넘어가려 한다. 국가부채를 정부 논리처럼 스톡(stock) 개념으로 비교하지 않고 플로(flow) 개념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최근 수년간 가장 상태가 나빠진 나라 중 하나이다.” 지난 94년부터 현재까지 13년간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등 정부의 주요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나라 살림살이의 변화를 지켜봐왔던 이만우(사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수년간 급증해온 국가부채 문제는 정부의 ‘도덕적 해이’라고 거침없이 비판했다. 이 교수는 국가부채가 ‘안정적’이라는 정부의 말을 국민들이 믿지 못하는데 이는 상식과 동떨어진 기준으로 국가부채에 대해 얘기하는 정부의 아전인수식 논리가 초래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재정상태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는 건전한 재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며 국가부채를 관리하는 특별기구를 만들고 지방정부든 공기업이든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든 부채를 통제하는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장기 조세개편에 대해 “과세 대상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기업에 대한 비과세 감면 혜택이 많이 축소되면서 이익은 줄었는데도 법인세 부담은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세율인하 등으로 기업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환위기의 근본 원인이 뭐라고 보는지. ▦개인적으로는 김영삼 정부의 외환관리 잘못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본다. 외환은 수출입 차이에 의한 ‘실물’의 흐름과 외자도입 같은 ‘금융’의 흐름이 있는데 금융 흐름은 언제든지 휩쓸려 나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자본ㆍ채권시장 개방, 특히 채권시장 개방은 금융 흐름이 실물 흐름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주의해야 했다. 그러나 무역적자가 심화하기 시작한 95~96년 정부가 금융시장을 획기적으로 열자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또 부실기업에 대출해준 시중은행을 믿지 못해 외자 탈출이 가속화됐다. 기업의 회계는 물론 금융기관 회계도 투명하지 않았다. 투명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위험이 다가오자 외자가 다 빠져나간 것이다. -환란을 계기로 정부 세수의 변화는 없었나. ▦다행히 세수의 변동은 크지 않았다. 과세 포착률을 제고하는 과정에서 세수가 안정적으로 늘어났다. 신용카드 확대정책이 큰 힘이 됐다. 경제 전반에는 슬럼프가 있었지만 세수는 계속 늘어났다. 그러나 지출 차원에서는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 투입된 공적자금과 지방자치단체의 비효율적 운영이 문제였다. 특히 지자체 교부금이 방만하게 운영돼 국가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자체에도 재정 책임을 정확히 지워야 하는데 사전에 이를 제대로 조정하지 못했다. 스스로 부채를 지지 않고 중앙정부의 통제만 받게 되니 부채에 대한 의식도 없는 꼴이다. 지방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차기 정권의 대통령인수위원회가 최우선적으로 지방정부의 재정 책임성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국가재정의 위험은 점증될 수밖에 없다. -국가부채와 관련, 정부 인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부채에 대한 정부의 확실한 개념정의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예보채권 등 정부가 보증만 한 것은 부채가 아니라고 한다. 기업과 가계는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보증을 했는데 빚을 못 갚을 것 같으면 부채라고 생각하는 것과 배치된다. 이처럼 국민들이 느끼는 부채의 개념으로 국가부채를 평가해야 하는데 정부는 IMF 기준 등 다른 기준만 들고 나온다. 정서상 괴리가 너무 크다. 국가부채 기준은 IMF 기준이 어떻든 기업회계 기준으로 평가해 공시해야 한다. -국가부채 문제에 대해 “정부가 ‘분식회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정부가 어떤 부분들은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는 것 같다. 일반기업 같으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연결재무제표는 모든 자회사의 실제 숫자가 다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다. 일반기업에는 그렇게 부채총액에 관해 회계기준을 엄격히 규정하면서 정부 스스로는 슬쩍 넘어가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회계학회에 의뢰해 국가부채를 기업회계 기준으로 평가하고 국가부채 실태가 과연 어떤지, 장기적으로 어떤 평가기준이 국가에 이익이 되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국가부채 증가 속도도 너무 빠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복지지출 확대속도를 너무 빠르게 가져갔다. 속을 들여다보면 과잉 복지가 사방에서 발생하고 있다. 개인적인 견해로 국가부채는 ‘스톡’ 개념이 아니라 ‘플로’ 개념으로 가야 한다. 부채는 쌓이는 속도가 훨씬 중요하다. 향후 수년간을 플로 개념으로 예측하면 국가부채가 가장 나빠진 나라가 된다. -국가부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해법은. ▦기본적으로는 공정하고 의식 있는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국가부채를 관리하는 특별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기구가 정부 부담으로 돌아오는 모든 부채를 승인, 통제하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인기정책을 쓸 동기가 많기 때문에 이 기구의 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일반기업 회계에서 계획부서와 자금관리부서의 역할이 분리되는 것처럼 국민에게 정당하게 국가부채를 공시하는 독립적 기구가 있어야 한다. -비전2030 등 대형 국책사업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비전2030은 국민들에게 지출에 대한 환상만 심어놓았다. 20~30년 후를 이렇게 구체적으로 예측한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보지 못했다. 목표만 정해놓아야지, 그 다음 정부가 할 일들을 다 없애버리는 우를 범한 것이다. 국민들이 심리적으로 20년 후 자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저축도 열심히 하고 근로 욕구도 높아질 텐데 국가가 다 해줄 것처럼 했다. 제발 정부가 책임질 수 없는 시간을 놓고 뜬구름을 띄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전용 복지정책은 정말 위험하다. -정부의 중장기 조세개편 작업이 결국 흐지부지됐다. ▦조세는 원론적으로 세율은 낮게, 과세 대상은 넓게 가져가야 한다. 문제는 과세 대상 확대의 ‘금기사항’이 여러 곳에 있다는 것이다. 1가구1주택 비과세 문제만 해도 그렇다. 집을 주거의 개념이 아니라 재산 확충의 개념으로 생각해 지금까지 부동산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닌가. 주식 매매차익 과세 문제도 손을 봐야 한다. 이익률에 대해서는 아주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손실 부분은 공제해 차액만 과세하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지금까지 세제가 형평성보다는 인기 영합으로 흘러가다 보니 부작용이 많았다. 법인세도 지금까지 과세 대상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비과세 감면혜택이 많이 축소됐다. 그러다 보니 실질 부담률이 엄청 늘어나 이익은 줄었는데도 세 부담은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했다. 정부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 먹는 꼴이다. 우리처럼 성장 드라이브로 가는 나라에서는 성장을 유도하는 법인기업에 대한 세금을 더욱 낮춰야 한다. ◇ 약력 ▦54년 강원 동해 ▦묵호고, 고려대 경영학과 ▦80년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84년 미 조지아대 강사 ▦88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90년 국세청 국세심사위원회 위원 ▦94~현재 재정경제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98년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2005년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위원 ▦2006년 한국세무학회 회장 ▦2007년 한국회계학회 차기 회장(6월) ● 李차기 회계학회 회장의 포부 "6월 회장 취임 즉시 국가부채 평가 착수" 사상 처음으로 회계학회 전문성 살려 첫 국가부채 산정작업 벌인다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도록 국가부채 규모를 한국회계학회 차원에서 규명하겠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숫자를 내놓아 차기 정권이 국가부채 문제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로 삼도록 할 것이다." 오는 6월 한국회계학회 회장으로 취임하는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국가부채의 정확한 규모를 산정하기 위해 취임과 동시에 학회 회계 전문가들을 모아 국가부채 평가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한국세무학회 회장으로 재임하던 지난해 6월 한국회계학회에서 소속 회원 2,000명의 직접투표를 거쳐 차기 수장으로 선출돼 화제를 모았다. 그는 "올해 6월 취임하는데 대통령 선거가 있어 이번 기회에 국가부채를 (IMF 기준이 아닌) 기업과 가계 입장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파악해 이를 공론화해보자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국가부채에 관해 미국에서도 가장 정통한 평가기관은 회계학회"라며 "전문성을 발휘해 학회 소속 각계 전문가로 풀을 구성하고 국가부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숫자로 내놓는 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의 협조가 없어 국가부채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자료수집 자체가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간접적으로 공시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어 이 같은 작업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으로 하는 작업이다 보니 평가에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차기 정권에서 이 자료를 참고할 수 있도록 너무 시일이 많이 소요되지 않게 하겠다"고 말해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정확한 국가부채 통계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부는 국가부채 산정시 IMF 기준을 근거로 일반정부가 직접상환 의무를 지는 '확정채무'만을 국가채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4년을 기준으로 총 57개의 중앙정부기금 가운데 외국환평형기금, 국민주택기금, 군인연금기금, 사학진흥기금, 중소기업 진흥 및 산업기반기금 등 28개 기금이 일반정부 부채에서 제외된다. 또 일반정부에 포함되는 공공기관의 범위도 300여개 공기업 중 75개뿐이다. 또 서울시 도시개발공사 등 지방공사는 정부부채 산정에서 제외된다. 일반기업이나 가계에서는 보증을 선 채무를 '빚'으로 간주하지만 정부는 국가부채 범주에서 보증채무 부분을 제외하고 있다. 한국의 재정지출 규모가 GDP 대비 3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인 이유도 이 같은 부채 범위 축소 탓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회계학회가 국가부채를 산정하는 과정에서는 부채 총액에 대한 기업 회계기준을 동시에 적용해 과다하게 제외되는 정부 보증채무가 오롯이 국가부채로 산정될 전망이다. 이 교수는 "자녀들이 미래에 어떤 책임을 지는지를 모든 국민이 알아야 세대간 책임을 나눌 수 있지 않겠느냐"며 "회계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 선거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정확한 국가부채를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3/1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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