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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등 34인의 여인 꺼리낌 없이 밝히다

[화제의 책] 여자들 (고종석 지음, 개마고원 펴냄)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고 찬양하는 게 무슨 흠이랴 싶겠지만 오십을 훌쩍 넘긴 사내가 대놓고 여성찬미에 나섰으니 '불출'이란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언론인 출신인 수필가 고종석은 자신을 가리켜 '자이노파일(Gynophileㆍ여자 애호가)'이라고 소개한다. 머리 희끗한 문인이 스스로 거리낌 없이 '여자를 밝힌다'고 자인하니 주책이다 싶은 마음이 앞서지만 일면 은근한 호기심이 동한다. 세상 절반이 여자라고 하지만 누구나 더 눈길 가고 더 마음 가는 이들이 있기 마련. 그래서 그런지 저자가 꼽은 서른네 명의 여인들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그렇다고 작가의 개인적 순애보를 담은 연애기는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역사 속의 인물, 소설 속 주인공 때로는 대중매체 스타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꼽아 담담하게 들려준다. 측천무후ㆍ오프라 윈프리ㆍ다이애나 비ㆍ최진실 등 우리가 잘아는 이들도 있고, 니콜 게랭ㆍ마리 블롱도ㆍ라마 야드처럼 낯선 여인도 있다. 좀 시시하게 들리겠지만 선택 기준은 저자의 주관적 취향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오프라 윈프리를 이렇게 소개한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점에서 그녀는 버락 오바마 보다 차라리 빌 클린턴을 닮았다. '미국의 꿈'을 선전하는데 그녀만큼 적절한 예도 드물 것이다." 그렇다고 일방적인 찬양과 고무와 예찬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명인 오프라를 돌아보며 "이러한 미국의 꿈은 공정한 것일까? 미국은 또 다른 오프라 윈프리를, 수많은 오프라 윈프리를 낳을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던진다. 국내 연예인 중 최진실을 다룬 대목도 공감이 간다. "최진실의 자살이 미웠던 건, 그 자살이 그녀가 진짜 원했던 바가 아니었으리라는 어림짐작 때문이다. 두 아이를 그렇게 아꼈던 여자가, 칡넝쿨 같은 생명력을 지녔던 여자가 그런 결정에 이를 수는 없다. 누구보다도 억척스러워 보였던 그녀가 고작 일부 대중의 적의(敵意) 따위에 허망하게 무너진 게 밉다." 역사상 인물에 대한 작가의 성찰과 날카로운 시각도 돋보인다. 역사에 기록되는 '행운'을 지닌 여자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주로 극단적인 역할을 맡았던 이라고 주장한다. 잔 다르크를 묘사한 단락이 그것이다. "그녀에겐 성녀(聖女)의 이미지와 광녀(狂女)의 이미지가 뒤섞여 있다… (중략)… 그녀의 거처는 천당이거나 지옥이다. 특별히 악독하거나 특별히 거룩한 여자들만 역사에 기록된다. "각각의 인물을 소개하는 저자의 필봉 속에서 그 사람에 대한 오랜 성찰과 사색을 엿볼 수 있다. 상념이 오래돼 글로 발하면 향기가 나는 법이다.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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