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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행복한 노후 위한 부모 자녀관계


며칠 전 은퇴한 지인 한 분이 찾아와 한참 동안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노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살던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이사하기로 했단다. 집을 팔고 나서 며칠 뒤 아들 내외로부터 뜻밖에 항의 전화가 왔다. '왜 상의도 하지 않고 맘대로 집을 팔았느냐'는 것이다. 너무 놀라 한동안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란다. 그러다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화해의 뜻으로 텃밭에서 거둔 먹을거리를 싸들고 아들네 집에 갔다. 그런데 며느리가 내다보지도 않고 인터폰을 통해 현관문 앞에 두고 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서럽고 화가 나고 슬퍼서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지인이 가고 나서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우리 주변에서 경제적 지원에 대한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간의 갈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서글프지만 냉정한 현실이 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갈등은 비단 가족 내에서만 머물지 않고 사회적으로 확대되면서 '세대 전쟁'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현실이다.

가족관계의 악화는 노후 고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은퇴 이후에는 사회적인 관계가 현역시절에 비해 줄어들기 마련이다. 직장을 그만두면 그동안 쌓아온 인간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생활이 무미건조해지고 자신감이 없어져 의기소침해질 수 있다. 일본에서는 외로운 죽음, 곧 고독사가 증가하면서 주변과의 관계가 모두 끊긴 채 홀로 사는 노인들의 무연(無緣) 문제가 심각하다.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가족관계가 무너지면서 어디에도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행복한 노후를 위해 부모 자녀 간에 좋은 관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자녀 세대와 솔직하게 재무 대화를 하라. 재무 대화란 가정 경제에 대한 얘기다. 필요한 주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부모의 노후생활이고 다른 하나는 자녀의 학자금이나 결혼비용이다. 부모의 노후생활 시작 시점과 기간, 총 생활비와 의료비 지출 예상액, 현재 노후 준비 정도 등에 대해 자녀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다. 노후 준비를 가로막는 자녀의 학자금이나 결혼비용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둘째, 자녀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 일찌감치 노력해야 한다. 요즘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자녀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을 가리켜 캥거루족,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 기생독신), 키퍼스(Kippers, 부모의 퇴직연금을 축내는 젊은층) 등 많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설령 노후 준비를 잘했다고 하더라도 자녀가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게 의지한다면 역시 노후생활이 행복하기 어렵다.

셋째,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연금 자산 등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자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부모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은 돈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연금 자산이다. 일본의 사회학자인 야마다 마사히로 일본 주오대 교수는 "오늘날 고령화 사회에서 부모들이 자식에게 사랑받을지 미움을 받을지는 돈이 있는지 없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씁쓸하지만 왠지 아니라고 부정하기는 어려운 현실적인 얘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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