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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십자군 전쟁은 욕망의 드라마"

■ 십자군이야기1 (시오노 나나미 지음, 문학동네 펴냄)<br>"전쟁은 여러 난제를 한번에 풀기위한 해결책"<br>십자군 국가 성립 배경외 인간 군상 여과없이 드러내





"이것은 내가 명하는 것이 아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가 명하는 것이다. 그 땅으로 가서 이교도와 싸워라. 설사 그곳에서 목숨을 잃는다 해도 너희의 죄를 완전히 용서받게 될 것이다. 신께 부여받은 권한으로, 나는 여기서 그것을 분명히 약속한다."(24쪽) 1095년 11월 프랑스 클레르몽에서 열린 공의회에서 교황 우르바누스 2세는 대성당 앞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에게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한 성전(聖戰)을 호소했다. 연설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감동했다. 군중 사이에서 자연스레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Deus lo vult)"는 함성이 터져 나왔으며, 그 외침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인 200년 동안 치러진 전쟁이자 세계 2대 종교가 격돌한 인류사의 대사건인 십자군 전쟁(1096~1270)의 서막이었다. 방대한 로마사와 중세사를 인간의 갈등과 욕망에 초점을 맞춰 풀어내 국내에도 수많은 팬을 갖고 있는 시오노 나나미가 십자군 전쟁을 둘러싼 인간 군상의 욕망과 의지를 다룬 '십자군 이야기' 시리즈를 내놓았다. 십자군 전쟁이라는 인류사의 방대한 드라마를 펼친 저자는 책 머리에 "전쟁은 인간이 여러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할 때 떠올리는 아이디어"라는 의미심장한 문장을 기술한다. 이 말에 십자군 전쟁을 보는 저자의 관점이 그대로 녹아 있다. 책은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게 됐던 배경을 규명하기 위해 전쟁 발발 20여년 전인 10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우리가 '카노사의 굴욕'으로 알고 있는 사건이다. 당시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하인리히 4세가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인사(人事)를 단행하자 황제를 파문했다. 황제는 교황이 머물고 있는 카노사성 앞에서 쏟아지는 1월의 눈을 맞으며 맨발로 용서를 구했다. 결국 이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황제와 교황의 싸움에서 교황이 완승을 거둔 사건으로 보였다. 하지만 사건 이후 황제는 강력한 반격에 나서 교황은 추방된 몸으로 거처인 로마가 아닌 도피처에서 숨을 거두게 된다. 저자는 이슬람 교도와의 성전을 촉구한 우르바누스 2세의 호소가 추락한 교황의 권위를 다시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치밀한 정치적 계산에서 나왔다고 본다. "그는 상대가 가진 힘(군사력)에 대항하는 데 다른 군주의 군사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가지려야 가질 수 없는 힘, 즉 교황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을 이용하여 상대를 약화시키려는 생각을 했던 게 아닐까. 제아무리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다 해도 황제는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는 말은 절대 할 수 없으니까. "(21쪽) 책은 귀족들이 소집한 십자군이 1096년 유럽을 출발해 예루살렘을 정복한 과정과 이후 18년 동안 십자군 국가가 성립하는 과정, 그리고 1118년 십자군 제1세대가 역사에서 퇴장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사가들은 십자군 전쟁에서 광기와 사망자 수, 증오와 원한에 찬 비극의 역사를 기록하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인간의 욕망과 의지가 만들어낸 장대한 드라마 속으로 독자의 손을 이끌고 들어가 인간 군상의 삶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전체 3권 가운데 일본에서는 2권까지 출간됐으며 국내에서는 오는 10월 2권이 출간되며 내년 상반기 완간될 예정이다. 한편 1권 출간에 맞춰 '십자군 이야기' 시리즈의 '서곡'에 해당되는 '그림으로 보는 십자군 이야기'도 함께 출간됐다. 십자군 전쟁을 소재로 한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에 시오노 나나미의 해설과 해당 에피소드가 전개된 지역의 지도가 곁들여져 십자군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1만 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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