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45ㆍ여)씨와 세 딸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마포경찰서는 11일 전직 프로야구 선수 출신 이호성(41)씨가 돈 문제로 김씨 모녀를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가 사건 발생 며칠 전 김씨와 함께 은행으로 가서 김씨에게 예금 1억7,000만원을 모두 현금으로 인출하도록 한 뒤 이를 빌린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김씨가 지난해 10월 계약하고 잔금을 치르기로 한 지난 2월20일이 가까워오면서 여러 차례 이씨에게 돈을 갚을 것을 독촉하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씨는 범행 전후로 지인과 형, 또 다른 내연녀로 추정되는 여성 등에게 최대 수천만원에 이르는 돈을 각각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씨가 여러 곳에 빚을 지고 있다가 김씨에게서 빌린 돈으로 우선 ‘돌려막기’를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씨가 돈 문제로 다툼이 생기자 김씨를 살해한 뒤 완전 범죄를 위해 세 딸도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가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 범행한 정황도 상당수 확보됐다. 경찰은 이씨가 시신을 넣을 비닐과 성인 여성이 들어갈 만한 대형 가방을 미리 준비한 뒤 김씨 집을 찾아가 둔기로 네 모녀를 살해한 뒤 밖으로 운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씨가 돈 문제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을 내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여전히 있다. 사건 직전 피해자 가족들이 주변에 “(이씨와) 여행을 다녀온다”는 말을 남기게 된 경위도 모호할 뿐더러 이씨가 공범도 없이 혼자서 4명이나 되는 피해자를 모두 살해하고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씨가 빚진 돈에 비해 이번 범행이 잔혹했다는 점도 쉽사리 납득가지 않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공범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또한 이날 오전4시께 이씨의 형을 서울로 데려와 이씨의 시신을 확인시킨 후 조사를 벌였다. 한편 경찰은 이씨의 동업자로 3년 전 광주에서 실종된 조모(당시 37세)씨에 대해서도 이씨가 연루됐을 가능성을 두고 수색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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