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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영화들 돈줄 끊겨 '아우성'

■한국영화 '투자쏠림 현상' 심화<br>배급망 못구해 상영 '차일피일'<br>개봉해도 '교차상영'에 삼중고<br>"지원시스템 붕괴 땐 업계 공멸"


올해 개봉된 영화 '해운대'(위)와 '집행자' . 해운대는 제작비 100억원이 투자된 대작인 반면 집행자는 9억원의 저예산으로 제작됐다. 집행자는 개봉 첫 주에 관객 23만명이 몰리며 흥행 가능성이 보였지만 블록버스터급 외화'2012'에 스크린을 빼앗기면서 기세를 이어 가지 못했다.

지난 10월28일 개봉한 '파주'는 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돼 호평을 받았지만 배급망을 구하지 못해 개봉 여부가 불투명했다. 이를 할리우드 직배사인 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배급을 맡아 개봉했다. 워너 측은 "본사에서 좋은 한국영화에 투자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물색하고 있으나 투자할 영화가 없다"며 "큰 영화는 메이저 배급사들이 독점하고 작은 영화는 제대로 제작되지 못해 생각은 있어도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 양극화가 불러온 영화 제작 편수의 감소는 다시 투자위축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깊어지는 양극화의 골=이 같은 투자위축의 원인은 한국영화 흥행 부진 때문은 아니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1~10월 영화산업통계에 따르면 한국영화는 지난 10개월 동안 이미 전년도 관객 수와 매출을 뛰어넘었다. 시장점유율 역시 8월 67%, 9월 67.5%에 이어 전통적 비수기인 10월에도 62.5%를 기록해 3개월째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써 올 초부터 10월 말까지 전국 100개관 이상에서 개봉한 영화 36편 중 13편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영화계에서는 이 같은 원인을 투자비의 쏠림현상에서 찾고 있다. 실제로 현재 한국영화계에서는 제작비 30억원 안팎 중간규모 영화의 제작비 조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작 영화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어 중소 규모 상업영화들은 허리띠를 졸라매 20억원 미만의 저예산으로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투자 양극화는 대작 영화 펀드의 지분참여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거나 저예산 영화의 소규모 투자로 리스크 최소화를 바라는 투자심리에서 기인한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 가장 큰 흥행작인 '해운대'와 역대 최고의 수익률을 거둔 '워낭소리' 두 편의 영화로 상징된다. '해운대'처럼 제작비 100억원이 넘는 대작 영화에 투자해 '대박'을 노리거나 '워낭소리' 같은 저예산 영화로 '이변'을 기대하는 것이다. 반면 중소 상업영화는 투자가 끊겨 아우성치고 있다. 이에 따라 영화진흥위원회는 매년 제작비 10억원 미만의 작품 10편을 선정해 약 4억원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영진위에 따르면 이 지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 만큼 흥행한 작품은 없다. 올해 개봉한 작품들 중에서는 '이태원 살인사건'이 유일하게 지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될 뿐이다. ◇저예산 영화의 성공은 '산 넘어 산'=저예산 상업영화가 어렵게 투자를 받는다고 해도 개봉되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작품을 완성해도 개봉에 필요한 자금이 없어 관객에게 공개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년 초 개봉을 앞둔 '작은 연못'은 시나리오 작업을 한 지 7년 만에, 2006년 촬영을 마무리한 지 3년 만에 극장에 걸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완성 후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가 41편에 달하고 이 중에는 2004~2007년 사이에 만들어진 작품 16편도 포함돼 있다. 중소 규모 영화들이 우여곡절 끝에 개봉을 한다고 해도 '교차상영'이라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교차상영'이란 한 관에서 다른 영화를 번갈아 가며 상영하는 것으로 작은 영화일수록 이른 아침 시간과 오후 비인기 시간에 스크린이 배정된다. 5일 개봉한 영화 '집행자'는 개봉 첫 주에 23만여명이 관람해 영진위로부터 지원 받은 3억원을 회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개봉 2주차였던 12일 교차상영이 결정되면서 흥행가도에 제동이 걸렸다. 반면 같은 날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2012'는 전국 800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면서 주말 동안 163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와 관련, 영화 '집행자'를 제작한 조선묵 대표는 "투자자들이 대작 영화에만 투자하려 하기 때문에 투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중간 규모의 영화는 더욱 슬림해져 저예산 영화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며 "투자사들이 대작 영화에만 투자를 집중하는 것은 한국영화가 공멸하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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