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그걸 제대로 표현해야 합니다. 그거 못하면 엄청 깨집니다.”(LG전자 A임원) LG전자가 남용 부회장 체제 출범 한달을 맞았다. 남 부회장이 올 초 CEO에 취임한 후 LG전자 임직원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전에 없던 팽팽한 긴장감이다. LG전자 임직원들은 새 CEO의 경영철학을 ‘취재’하기 위해 신년사나 임원회의 등을 통해 전해지는 남 부회장의 경영 관련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 회의에서는 남 부회장의 메시지를 구체화하기 위한 토론이 이어지며 임원들은 사업현황 보고 준비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른바 ‘새 CEO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형식 탈피하고 핵심만 보고하라”=최근 부회장실에 사업보고를 하러 다녀온 한 임원은 진땀을 흘렸다. 사업현황 소개자료와 향후 전략 등을 너무 세심하게(?) 준비한 탓이다. 수십 장의 자료를 준비한 그에게 남 부회장은 A4용지 3~4장으로 된 새로운 핵심 보고서를 요구했다. 이어지는 사업보고는 토론을 방불케 하는 질문과 대답의 연속이었다. 남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가치창출에 불필요한 업무를 최대한 줄이고 일하는 방식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형식적인 업무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핵심에 접근하는 업무혁신을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스타일은 최근 그가 주최했던 글로벌 임원회의에서도 묻어났다. 남 부회장은 이날 원고 없이 영어로 회의를 진행했다. 글로벌 임원들이 대상인 만큼 남 부회장 본인이 직접 영어로 진행하겠다고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남 부회장은 양파 껍질 벗기듯 사안의 핵심을 차근차근 파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라며 “해당 임원들은 사업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예상되는 질문에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핵심인재 유치에 ‘올인’=남 부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핵심인재 확보를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로 삼고 있다. 그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세계 톱3 달성을 위해 LG전자 전체 8만여명의 임직원 중 핵심임원 300명, 사무ㆍ기술직 3만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를 한단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우수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최근 세계적인 컨설팅사 매킨지의 핵심임원을 스카우트했으며 올해 200여명에 달하는 우수 해외인재를 채용할 계획이다. 남 부회장은 오는 2월 중 미국에서 핵심 인재들을 면접하는 등 직접 인재채용을 챙기고 있다. 또한 LG전자는 최근 ‘최고 마케팅 전문가’ 인증제도를 신설하는 등 내부 인력의 전문성 강화를 독려하고 있다. 남 부회장의 이른바 ‘300명 양병론’은 LG전자 임직원들이 자기계발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한 회사 관계자는 “최근 어학원이나 전문강좌 등을 수강하는 임직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각 개인의 경쟁력 향상이 회사에서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속 공격경영 나설 듯=남 부회장이 본격적인 ‘남용식 경영’을 펼칠 시기는 3월 이후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기존 남 부회장의 스타일대로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남 부회장은 최근 “필요하다면 ‘노이즈 마케팅’도 구사할 수 있다”며 공격경영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우선 판가 하락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디스플레이의 경우 수익을 늘리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워 북미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의 경우 북미시장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유럽 시장은 저가 브랜드로 공략하는 양동작전을 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 시장에 대해서는 모든 가전 부문에 걸쳐 집중 공세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지난해 4ㆍ4분기 적자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올해 전망도 그리 밝지 않은 편”이라며 “부진한 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구조조정도 실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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