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다시 부활한 아치형 구조의 다리 힐먼 콤포지트 빔...기존 콘크리트 빔보다 강하고 가벼워, 가격도 저렴 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인류가 개발한 대표적 건축기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아치(arch)형 구조다. 아치형 구조는 기원전 4,0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도 존재했으며, 그리스·로마·이집트의 고대 건축물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아치형 구조의 가장 큰 장점은 상부로부터 전해지는 하중을 가장 효율적으로 분산시켜 구조물을 지탱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대형 건축물에서는 특별히 미적 감각을 강조하기 전에는 적용하기 힘들고, 특히 비용 등을 고려하면 토목공사 형태의 교량 건설에는 더욱 적용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부분의 교량 건축에는 교각과 교각을 연결하는 구조물로 콘크리트 빔을 사용해 왔다. 철근과 콘크리트를 이용해 제작되는 콘크리트 빔을 교각 위에 올려놓는 형태다. 하지만 미국의 구조공학자인 존 힐먼은 아치형 구조를 현대의 교량 건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힐먼 콤포지트 빔’을 개발했다. 힐먼 콤포지트 빔은 아치형 구조의 콘크리트 빔으로 기존 콘크리트 빔보다 가벼우면서도 강하다. 더욱이 비용도 저렴하다. 이 콘크리트 아치 빔은 10cm 두께의 플라스틱 아치형 틀에 콘크리트를 부어 만드는데, 빔의 바닥에는 철판을 한 장 덧대 장력을 흡수한다. 즉 수직으로 가해지는 하중은 아치형 구조가 지탱하고, 철판의 장력으로 하중을 양쪽의 교각 쪽으로 분산시키는 것이다. 또한 콘크리트 아치 빔의 외판은 섬유강화 플라스틱(FRP) 재질을 사용, 강도와 내식성을 높였다. 힐먼은 지난해 11월 힐먼 콤포지트 빔을 사용해 교량을 제작한 후 석탄을 가득 실은 4,000톤짜리 화물열차를 통과시켜 탁월한 강도를 입증했다. 구조공학자라면 아치형 구조가 하중을 견디는데 보다 적합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힐먼 콤포지트 빔은 단순히 아치형 구조를 적용했다는 것보다 현대 건축물에 사용할 수 있는 경제성을 확보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힐먼 콤포지트 빔은 한계 하중의 3.5배까지 버틸 수 있다. 이는 기존 콘크리트 빔의 2.5배에 비해 월등히 강한 것이다. 또한 콘크리트 아치를 넣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게는 1.5톤으로 기존 콘크리트 빔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만큼 운송비용이 싸다는 얘기다. 콘크리트 아치를 넣은 상태에서의 무게도 약 5톤 정도에 불과한데, 이는 기존 콘크리트 빔 무게의 3분의 1 수준이다. 힐먼은 이 콘크리트 아치 빔을 사용하면 교량건설 예산의 15%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