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이상 조짐… 엄청난 위기 닥치나
에너지 다이어트 안 하면 블랙아웃 위기 또 닥친다3일 예비전력 404만kW12월 시작부터 아슬아슬정부, 새 절전캠페인 나서
윤홍우기자 seoulbird@sed.co.kr
지난해 9월15일 서울 목동야구장. 조명이 끊기며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1회 말에 종료됐다. 동시에 전국적으로 753만가구의 불이 꺼졌고 2,800여개의 교통신호등과 1,900여개의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날씨가 춥지 않은 날 정전이 시작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국가 기저전력인 원전의 잇따른 사고와 유례없는 한파로 올해 동계 블랙아웃(대정전)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원전이 3기나 멈춰 섰는데 전력수요는 역대최대 규모다. 추가 공급 여력이 없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전국민과 기업이 참여하는 '에너지 다이어트' 없이는 현실적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영하의 추위에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3일 오전 피크시간대(오전10시~정오) 예비전력이 404만kW까지 내려갔다. 당초 이날 전력거래소에서 예측한 최대 피크시간대 예비전력은 551만kW였으나 현실은 이와 크게 빗나갔다. 예비전력이 400만kW 밑으로 내려가면 본격적인 비상상황에 진입하는데 이를 간신히 막아낸 것이다. 12월이 시작된 날부터 전력사정은 이처럼 아슬아슬하다.
올 겨울 우리의 전력공급 능력은 8,040만kW인데 최대 전력수요가 7,913만kW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대 전력피크가 닥치면 예비전력이 127만kW에 불과하다. 정부는 수요관리로 어떻게든 400만kW 이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초겨울 이른 한파가 찾아오면서 그 같은 계획이 벌써부터 틀어지고 있다.
예비전력이 100만kW 미만으로 떨어지면 '9ㆍ15사태'와 같은 순환정전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겨울철 순환정전은 국민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꺼내기 힘든 카드다. 강력한 수요관리로 어떻게든 예비전력이 200만kW 미만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막아내야 한다.
최근 전력대란의 1차적 책임은 원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에 있다. 하지만 싼값에 전기를 쓰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온 기업, 네온사인으로 뒤덮인 상가, 각종 전열기를 애호하는 국민도 전력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전국가적인 절전운동이 필요할 때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부터 내년 2월22일까지 석 달 동안 대형건물의 실내온도를 20도 이하로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전력제한 조치에 들어갔다. 아울러 에너지 기부 등 새로운 절전 캠페인도 시작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현정부 임기 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동계전력 수급 문제"라며 "올 겨울 국민들이 전기를 아끼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창의적인 절전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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