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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융프라우 철도와 바이오텍 투자

스위스 융프라우 산에는 정상까지 오르는 전기철도가 있다. 융프라우 철도는 아돌프 가이어 젤러라는 방직업자 겸 철로투자가가 1894년 공사허가를 받아 1912년에 완성했다. 철도는 융프라우 밑 암벽 속을 관통하는 7km의 굴을 통해 해발 3,454m의 융프라우 요흐 고지까지 올라간다. 융프라우 철도는 1870년부터 적어도 4번 이상의 시공허가를 받았다. 젤러가 공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다른 많은 이들도 융프라우를 새로운 관광명소로 개발하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하지만 성공은 그의 몫이었다. 젤러의 철로는 창조적 전략과 치밀한 계획으로 완성됐다. 젤러는 건설공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직선 대신 크게 곡선을 그리며 오르는 길을 택했다. 열차가 곡선을 타고 올라가는 동안 승객들이 고도순응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굴 중간에 절벽 쪽으로 구멍을 뚫어 건설 중에 생기는 돌들을 굴 밖으로 버림으로써 공정을 쉽게 했다. 또 이 구멍들을 전망대로 전환해 건설 중에도 단계별로 개통, 수익을 올렸다. 여기다 내려오는 열차의 에너지를 전기발전에 이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융프라우 철도는 친환경적 시설이라는 평가와 함께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운행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융프라우 철도의 성공 과정이 바이오텍 분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이다. 융프라우 철도의 완성은 스위스 정부가 융프라우 정상 개발권을 여러 사람들에게 승인하고 시도하는 동안에도 젤러가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키워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더 놀라운 것은 사업 승인을 받은 사업가들이 25년 동안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막대한 투자손실을 냈지만 젤러가 투자자금을 계속 지원받았다는 사실이다. 철저한 프로젝트 관리가 필요하고 실패가 거듭되는 사업에도 돈을 맡긴 이들이 있었다는 것은 오늘날의 바이오텍 투자에 있어서도 중요한 점이다. 바이오텍 투자는 사업의 수익성과 함께 실현 가능성이 중요하다. 어떤 이들은 융프라우에 3,000여m의 갱을 수직으로 뚫어 증기압을 이용한 엘리베이터로 15분 만에 승객을 정상에 올리는 방안을 허가받아 추진했다. 올라가는 시간을 최소화해 관광객 수를 최대한으로 늘린다는 전략으로 수익성 측면에서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고도순응’이라는 인간생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 실패했다. 오늘날 바이오텍 기술 중에도 투자유치를 위해 수익모델에만 집중하다가 과학적 근거를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장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소위 ‘태생적 결함’이 있는 것이다. 젤러 방식은 수익성은 적지만 현실적이다. 건설폐기물 처리-고도순응-단계적 개통을 통한 수익 및 대중적 관심 등을 절묘하게 묶은 창의적 전략이다. 공사기간이 예정보다 2배 이상 길어졌음에도 재정적 압박을 피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임상 시판 허가를 받는 데까지 10년 가까이 걸리는 바이오텍 투자도 마찬가지다. 큰 목표는 변함없이 간직하지만 각 단계 별로 수익모델을 만들어 투자부담을 줄여야 사업 유지가 가능하다. 동시에 수익모델에만 정신이 팔려 실현성을 잃는 잘못을 피할 수 있다. 어떤 프로젝트든 단기 수익모델과 큰 사업에 대한 초점을 유지한다면 성공이 가능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바이오텍 분야의 투자에서도 이 점들이 중요하다. 바이오텍 투자를 단순한 기술 분석으로 생각한다면 성공은 요원하다. 산업적으로 어떻게 성공시킬 수 있을까 하는 크고 장기적인 시각과 함께 여러 가지 관련 기술을 큰 그림에 맞게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에 오르는 전기철도 건설이 바이오텍 기술경영의 벤치마킹으로 삼을 만한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전략모델 중 하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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