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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물동량 둔화 엎친데 유가하락 덮쳐… 조선 빅3 2년째 '실적쇼크'

■ 위기의 제조업 <하>

3~4년전만 해도 나홀로 건재… 이젠 '中에 주도권' 시간문제

친환경·고효율 선박기술 개발… 대·중소형사 협업 모색해야


"분명히 조선업황이 지금보다 좋아지는 때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조선업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중국의 급격한 성장으로 세계 물동량이 확대됐고 이에 따라 세계 조선업계가 20여년간 승승장구했지만 이제는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된 만큼 과거의 호황이 다시 찾아오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노동집약산업인 조선업은 국민소득이 올라갈 수록 경쟁력을 잃기 때문에 언젠가는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한국 조선업계에 비관적인 전망도 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대형 3사부터 중소형 조선소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정 사장의 말대로 불과 3~4년 전만 해도 조선업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굴하지 않고 나 홀로 건재함을 과시하던 대표적인 국내 주력 산업이었다.

실제 국내 조선업의 선두주자인 현대중공업은 2010~2011년 영업이익이 4조~5조원대에 달했지만 지난해 3조2,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악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인력감축과 조직개편 등 고난의 시기를 보내야 했으며 올해는 대우조선이 2·4분기 2조원대 손실을 예고하면서 자회사 대거 매각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할 계획이다.



2000년대 국내 조선업은 세계 물동량 증가의 호황을 온몸으로 누렸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의 신조선 건조량은 2000년 605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에서 2006년 1,111만CGT로 뛰어올랐고 2008년 1,200만CGT에 진입해 2011년 1,356만CGT로 정점을 달렸다. 그러나 차츰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한 상선 발주 감소와 중국 성장 둔화로 지난해 1,030만CGT까지 추락하며 2007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국내 조선업계는 상선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2010년 이후 이동식·고정식 석유시추설비 등 해양플랜트 수주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경험 부족과 국내 조선업체 간 출혈경쟁에 따른 저가 수주로 결국 지난해와 올해 빅3의 '실적 충격'으로 되돌아왔다. 최근에는 제값에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려 해도 국제유가가 바닥을 기면서 발주물량을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여기에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기술격차를 줄여오고 있고 최근 엔저현상으로 일본 조선소의 원가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국내 조선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대형 3사의 경우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중국·일본을 따돌리고 있지만 벌크선이나 유조선 등을 주로 만드는 국내 중소 조선사들은 일감을 모조리 뺏기면서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STX조선해양이나 성동조선해양·SPP조선·대한조선 등 다수의 조선사들은 은행 빚을 갚지 못해 모두 은행 소유가 됐다. 성동조선의 경우 삼성중공업이 위탁경영에 나서지 않으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업의 돌파구를 친환경·고효율 선박기술 개발 등 연구개발(R&D)에서 찾고 있다. 중소형사들의 경우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R&D와 영업·설계 등을 함께하는 등 자원을 공유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짝짓기로 대기업이 노하우를 전수하고 중소형사가 고품질의 부품을 제공하는 시너지도 추구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업계와 논의하고 있다"며 "중소형 조선사 간 협업이나 대형사의 위탁경영 등 가능한 방법부터 차근차근 실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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