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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경기 비상등 커졌는데 타이밍 놓쳐… "최악땐 상저하저"

■ 정부조직개편 표류 후폭풍<br>소비·투자·고용 등 실물지표 부진에도 거시정책 대응 못해<br>상반기중 액션 나와야 경기흐름 개선 기대


지난주 말 기획재정부 A국장은 서울 모처에서 휘하 과장들과 모여 회의를 열었다. 새 정부 조각이 국회에 발목을 잡혀 늦어지자 대외 경제 불안요인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휴일에도 업무점검에 나선 것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장기간 표류하면서 비상등이 켜진 정부의 단면이다. 이처럼 경제정책당국이 비상체제에 돌입했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제한돼 있다. 정책판단을 내릴 주요 경제의 장관 내정자들이 취임을 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이러다가는 경기대응 타이밍을 놓쳐 지난해처럼 저성장 늪에서 허덕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에는 경기가 '상저하고(상반기에 저조하고 하반기에 개선됨)'할 것이라는 전망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쓰지는 않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흐름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는 했다"며 "하지만 요즘 국내외 정책환경을 보면 최악의 경우 '상저하저'까지도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당장 재정부가 7일 '그린북(최근 경제동향) 3월호'를 통해 내놓은 진단만 봐도 현재의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실질임금 증가에도 불가하고 국민들은 지갑을 닫고 있어 민간소비가 부진하다. 주택시장 회복 지연과 가계부채 부담 때문이다. 고용 역시 증가세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 설비투자지수는 올 1월 하락세로 반전(전월 대비 -6.5%)했고 건설수주(경상 기준) 감소세는 점점 심화돼 1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53%나 줄었다.

이런 가운데 이른바 '시퀘스터(예산 자동삭감)' 발동으로 미국 재정 리스크 요인까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문제는 최소한 2ㆍ4분기 중반까지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대응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정부가 경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거나 기준금리를 낮춰 돈을 푸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각종 경제규제를 풀어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는 것도 한 수단이다.

하지만 거시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부는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 등으로 일러야 3월 하순에나 경제부총리 겸 재정부 장관을 맞이하게 된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와 같은 거시정책이 1ㆍ4분기를 넘겨서야 결정된다는 의미다. 그나마 4월이 되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국면에 진입하기 때문에 또 한 달여가량을 소진하게 된다. 5월에는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꾸리게 된다. 5월 초순까지는 국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셈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경제규제를 적극적으로 풀려고 해도 관련 법안은 상반기 내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한 정부와 여당 간 정책협의도 현재 전무하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 조각 지연과 국회 기능 미진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거시정책의 큰 방향은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최소한의 기조는 보여줘야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심리적 불안감을 덜고 투자ㆍ소비에 적극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에도 상반기에 재정정책과 부동산대책을 동시다발적으로 내놓았다면 좋았을 텐데 경기대응 타이밍을 놓친 측면이 있다"며 "올해에도 정부가 기왕 경기를 살리겠다면 상반기 중에 구체적인 액션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주요 부처의 조각을 빨리 끝내야 하며 최악의 경우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정을 기다리지 말고 정부가 일단 현행 법의 테두리에서 장관 인선을 단행하는 정면돌파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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