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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북' 작가 귄터 그라스 87세로 타계] 전후 독일문학 대표작가… 명성·논란 뒤로하고 잠들다

獨 일그러진 역사 면밀히 그려

자전 소설 '나의 세기'로 노벨상

나치친위대 복무로 비판 받기도

양철북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독일의 세계적 작가 귄터 그라스가 사망했다고 그의 이름을 딴 재단 측이 13일(현지시간) 밝혔다. 향년 87세.

지금은 폴란드 그단스크로 불리는 단치히 지역에서 지난 1927년 태어난 그는 독일 전후 세대 문학 조류를 대변하는 작가로 평가받아왔다.

1954년 서정시 대회에 입상함으로써 문단에 발을 들여놓았다. 같은 해 전후 청년 문학의 대표적 집단인 '47그룹'에 가입했다. 1958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대작 '양철북'의 미완성 초고를 47그룹에서 강독해 그해 47그룹 문학상을 수상했다.

다음 해인 1959년에 '양철북'을 출간했다. 이후 '양철북'으로 게오르크 뷔히너 상, 폰타네 상, 테오도르 호이스 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 반열에 오른다. '양철북'은 1979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했다.

'양철북'은 192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독일의 일그러진 역사를 주인공인 난쟁이 오스카 마체라트의 시점으로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은 세 살 되던 생일날 일부러 계단에서 떨어져 성장을 멈추기로 하고 양철북을 잡는다.

1952년 오스카가 정신병 요양소에 들어가 그의 가족의 역사, 자신의 고독한 학교 시절, 단치히의 소시민적 세계, 전쟁과 전후 시대를 이른바 '개구리 시점'으로 회상한 자서전적 장편이다. 당대 문학계는 비정상적인 난쟁이의 눈에 비친 정상인들의 세계가 더욱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이채롭게 구성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어린애 같은 작은 키 때문에 성인의 세계에도 속하지 못하고 성인의 지성을 가졌기에 어린이 세계에도 속하지 못하는 오스카를 통해 전쟁과 전후 시대의 독일의 현실을 묘사했다.

'양철북' 이후에도 그라스는 '개들의 시절' '고양이와 쥐' '국부마취' '넙치' '텔그테에서의 만남' 같은 대작들을 출간했다. 1995년엔 독일 통일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대작 '아득한 평원'을 출간해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999년에는 그의 전 생애를 갈무리하는 장편 '나의 세기'를 발표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라스는 작품 활동 외에도 이스라엘의 핵무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하는 등 사회현안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인 작가였다. 그는 시집 '하루의 비행'을 통해 이스라엘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폭로한 혐의로 18년간 복역했던 핵 기술자 모르데차이 바누누를 "이 시대의 영웅이며 역할 모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미주의와 반세계화의 기수 역할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나치 정권하의 청년 시절에 나치친위대(SS)에 복무하는 등 과거 전력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라스는 2006년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1943년 15세의 나이로 먹고살기 위해 '유-보트(U-boat)'에 지원했다가 거절당했고 1년 뒤 홀로코스트로 악명 높은 SS부대에 가입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자신이 SS대원으로 세계 2차대전의 마지막 해까지 근무했다고 말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나치 전력'을 비밀에 부쳐왔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다만 '수치스럽게 여긴다'는 말만을 되풀이하며 자신의 과거의 모습을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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