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불황·일자리가 지구촌 인구지형 바꾼다

직장 잃은 남유럽 젊은 인력들 독일로 몰려가고<br>美도 호주·인도 등 신흥국으로 취직 이주 늘어<br>도시 기피현상도 확대… 성장동력 상실 위기에


경기악화로 구직난에 허덕이는 각국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전세계를 무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인구 지형이 변모하고 있다.

남유럽의 인력이 대거 독일로 몰려가는가 하면 미국의 청년들은 낯선 신흥국가나 지구 반대편인 호주로의 이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과거 젊은이들이 취직 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던 것과 달리 일부 국가에서는 일자리를 찾아 귀향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이 같은 인구이동은 젊은층의 글로벌화 계기가 된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국가 입장에서는 경제를 일으키고 노인들을 부양할 젊은 세대가 해외로 유출되거나 도시를 기피하는 현상이 미래 성장동력과 글로벌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적잖은 우려를 낳고 있다.

일거리를 찾는 젊은이들의 인구이동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곳은 재정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로 고용시장이 사실상 마비된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로존 국가들이다. 실업률 23%, 실업자 수가 440만명에 달하는 스페인이나 사정이 비슷한 그리스에서 있지도 않은 일자리를 찾아 헤매느니 경제사정이 좋은 독일에서 취직 자리를 구하려는 젊은이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연방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중 독일로 유입된 유럽연합(EU) 회원국 출신 이민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25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재정위기국인 그리스 출신은 전년 동기비 84% 늘어난 8,900명, 스페인 출신도 7,250명으로 49%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가 다소 호전되고 있다는 미국에서도 취직을 위한 해외 이주는 증가 추세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국내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리는 호주나 인도 등으로 이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 정부에 따르면 현재 호주에서 장기비자를 취득해서 일자리를 구한 미국인은 5년 전에 비해 80%가량 늘어난 7,000명에 달한다. 절대적으로 많은 수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젊은 인력이 미국이나 호주로 유출돼온 호주가 역으로 미국의 노동력을 끌어들인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대학 졸업 후 급성장하는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국으로 일찌감치 눈을 돌려 현지 취업에 나서는 젊은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높은 성장세에 비해 생활비 부담이 적고 외국인에게 개방적인 인도가 미국의 경영대학원 졸업자들을 끌어들이는 자석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자리가 바꿔놓은 인구이동은 국가 간에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경제가 망가지자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향하던 젊은이들의 발걸음도 뜸해졌다. 장기불황이 이어지는 일본의 경우 지난해 도쿄도가 실시한 인구이동 조사 결과 도쿄로의 인구 유입 속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현재 지방에서 도쿄로의 순유입자 수는 4만8,300명으로 전년 대비 7,900명가량 줄었고 5년 전에 비하면 약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는 인구 감소 등의 요인도 크게 작용했지만 고용사정 악화로 인한 취직을 계기로 한 젊은층의 인구이동이 줄어든 것도 중요한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아예 젊은층이 도시를 떠나 귀향하면서 노년층만 있던 시골이 활기를 띠는 사례도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리스에서는 경기침체와 긴축정책으로 아테네 경제가 망가지고 급여 수준이 형편없이 낮은 계약직이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자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 세대가 종사하던 농사일을 하는 청ㆍ장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스의 실업률은 지난 1년 새 12%에서 18%로,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24%에서 35%로 각각 급등했지만 농업 부문만큼은 재정위기 이후 일자리가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이 NYT의 설명이다.

아테네에서의 생활을 접고 고향인 키오스섬에서 농사를 짓는 알렉산드라 트리샤(31)는 "대도시에는 미래가 없다"며 "젊은이들에게 남은 대안은 시골로 가거나 외국으로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