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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금융산업] <3> 감독체계 이대로 둘 것인가

따로 노는 국제·국내부문 통합하고 금융수장 일원화해야<br>사고 터질 때마다 땜질식 개편… 거시·금융정책 등 곳곳서 충돌…<br>기관 간 갈등·비효율성도 커져<br>소비자 보호기능 금감원서 분리… 감독기구 권한·책임 분명히해야



외환위기라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지만 한국 금융산업은 여전히 퇴행적 관습을 반복하고 있다. 저축은행 대주주의 모럴해저드와 이를 사실상 방조한 금융당국, 여기에 은행들의 우물 안 개구리 식 영업 등은 우리 금융산업이 미래형 부가가치로 가기에는 아직도 요원함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그 뒤편에 우리의 금융당국과 감독체계도 후진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스스로의 조율능력을 상실한 채 민간 금융회사에 오히려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마저 연출되고 있다. 당국 내부에서도 금융감독체계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대두되고 차기 정권에서는 어떻게든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실정이다.

물론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개편논의 자체가 오히려 금융계의 정치 리스크를 증폭시킨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찬성론자나 반대론자 모두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드러난 독점적이고 경직된 금융감독체계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금융 사고마다 '땜방'식 개편 되풀이=금융감독체계는 1997년 '금융감독기구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와 4개 감독기관을 통합한 금융감독원이 출범한 후 사고가 터질 때마다 사후약방문 격으로 개편됐다. 2000년 진승현ㆍ정현준 게이트가 불거지자 금감위와 금감원을 민관합동의 단일기구로 통합하는 개편안이 검토됐다. 그러나 통합안은 금감원 노조의 반발과 논란으로 두 조직에 생채기만 남긴 채 무산됐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는 재경부 금융정책국과 금감위를 통합해 금융위원회를 설치했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업무중복과 의견대립으로 삐거덕거렸고 금융감독의 비효율성은 누적돼갔다. 분리된 두 기관장의 견해 차이가 드러날 때마다 시장의 혼선은 가중됐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과 금융위의 국내금융정책은 괴리감이 커졌고 거시정책과 금융정책도 곳곳에서 상충됐다. 글로벌 위기 이후인 지난해 8월 한국은행이 뒤늦게 법 개정을 통해 '금융안정 유의'를 추가적인 목표로 부여 받았지만 정보도 없고 권한도 없어 금융시장을 감독하기는커녕 겉돌기만 하고 있다.

◇재정부 국제금융+금융위 국내금융 통합 시급=현재 금융위ㆍ금감원ㆍ한국은행 삼각편대로 이뤄진 금융감독체계에 대한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해법은 천차만별이다. 금융위가 금감원 위에 있는 구조가 '옥상옥'인 만큼 금융위의 집행기능을 없애야 한다는 비판도 있고 금감원을 아예 공무원 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정반대 주장도 있다. 한은의 금융안정 기능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금융소비자원을 어떤 형태로 독립시키는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우리 금융감독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항상 밥그릇 싸움으로 번진다는 것"이라며 "기관 간 협조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이 조직개편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현 정권 조직개편에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됐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 부문과 금융위 국내금융 부문을 통합시키는 것이다. 금융 관료들조차 이 부분에 동의한다. 더불어 금융위와 금감원의 수장을 일원화하는 것도 보다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두 기관의 수장이 분리되면서 양 기관의 갈등이 반복돼왔고 의사결정의 비효율성도 증폭돼온 탓이다.



◇개편의 핵, 소비자 보호=최근 진행되는 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과거와 달라진 것은 '소비자 보호'가 핵심가치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도 있지만 국내에서도 고객이 금융회사에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잇따르며 사회적 파장이 컸다.

대표적인 사례는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대거 손실을 입었던 후순위채 투자자들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초까지 저축은행의 무분별한 후순위채 발행에 대해 제동을 걸지 않았고 불완전판매 역시 수수방관했다. 후순위채 발행이 저축은행의 자본확충에 유용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금융소비자 보호에 소홀하게 된 전형적인 실패사례다.

중소기업들을 위기로 내몰았던 파생금융상품 키코(KIKO) 사태도 마찬가지다. 은행들이 판매한 파생상품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은 210개나 됐고 피해규모는 2조원을 넘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CD금리 담합 조사도 결과적으로는 금융당국의 책임회피와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은행들이 높은 CD금리를 바탕으로 주택담보대출 이자놀이를 벌이는 동안 금융당국은 대출이자 상환에 허덕이는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등한시했다.

뒤늦게 금감원은 5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금감원 내에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신설했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이 동시에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것이 모순된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준독립기구'라고 하지만 예산 및 인사권을 금감원장이 틀어쥔 상황에서 독립적인 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후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감독기구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데 전세계적인 공감대가 이뤄진 상태"라며 "소비자 보호 기능을 상징적으로 분리하는 한편 복잡하지 않은 단순하고 명확한 협력체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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