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25년째를 맞은 윔블던 테니스대회는 콧대 높기로 유명하다. 흰색 유니폼이 아니면 코트에 설 수 없고 요란한 응원은 즉시 퇴장감이다. 그런 윔블던이지만 74년 동안 깨지지 않은 저주 앞에서는 초라하기만 하다. 그동안 윔블던은 유독 홈팀인 영국 출신 남자선수의 단식 우승을 외면해 왔다. 1936년 프레드 페리가 정상에 오른 뒤 지난해까지 무려 74년간 우승은 전부 ‘남의 떡’이었다. 75년 만에 ‘윔블던의 저주’는 과열 풀릴 수 있을까. 해답의 열쇠는 ‘영국의 자존심’ 앤디 머레이(24)가 쥐고 있다. 세계랭킹 4위의 머레이는 30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대회 남자단식 8강에서 스페인의 펠리시아노 로페스(44위)를 3-0(6-3 6-4 6-4)으로 꺾고 준결승에 안착했다. 75년 만의 역사적인 우승에 두 계단만을 남겨 놓은 머레이는 그러나 준결승에서 거대한 산과 마주쳤다. 8강에서 미국의 마디 피시(9위)를 3-1(6-3 6-3 5-7 6-4)로 누른 세계랭킹 1위 라파엘 나달(스페인)이다. 왼발 부상에도 진통제 투혼으로 4강에 오른 나달은 머레이와의 통산 상대 전적에서 11승4패로 크게 앞서 있다. 나달과의 16번째 맞대결을 앞둔 머레이는 “그래도 플레이스테이션(비디오 게임) 실력은 나달보다 내가 낫다”고 농담했다. 한편 스위스의 로저 페더러(3위)는 프랑스의 조 윌프리드 총가(19위)에 2-3으로 져 준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총가의 4강 파트너는 세계랭킹 2위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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