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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하우스푸어, 우리금융의 주목되는 실험

우리금융그룹이 '신탁 후 재임대(trust & lease back)'라는 새로운 방식의 하우스푸어 대책을 내놓았다. 은행 신탁계정에서 해당 주택의 소유권을 일정기간 맡았다가 집주인이 빚을 갚고 찾아가든지 아니면 매각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일단 이해당사자와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먼저 하우스푸어 당사자는 집을 매각하거나 살던 집에서 나가지 않아도 된다. 그냥 살면서 3~5년의 신탁기간에 약 5% 수준의 주택 임대료만 내며 된다. 15%가 넘는 고율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이자와 비교하면 신탁기간만큼은 숨 돌릴 여지가 생긴다. 은행으로서도 좋다.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이 아파트 시세의 80%가 넘는 깡통주택의 경우 경매로 넘겨도 대출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하고 손실만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탁방식으로 하면 매각 처분하는 것에 비해 가치평가, 세금, 소유권 이전 등 복잡한 문제들이 걸리지 않는다. 부동산시장 전체적으로도 하우스푸어 부동산이 매물로 쏟아져 나오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실험적 차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방식의 효과가 입증된다면 우리나라의 하우스푸어 문제를 푸는 데 상당히 강력한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근본적인 논란은 여전히 남는다. 자기 책임하에 구입한 주택으로 어렵게 된 사정을 세금이나 정부 돈으로 지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금융기관이 나서 과보호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집 없는 무주택 빈곤층에게도 하우스푸어에게 주는 혜택만큼의 금융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하우스푸어 사태의 심각성 여부를 우선 정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하우스푸어 문제가 금융회사 부실로 이어져 경제 전체적으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논리적으로는 맞지만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정말 시스템리스크를 초래할 확률이 크다면 특혜니 형평성 위배니 하는 논란을 무릅쓰고라도 우리금융의 이번 정책을 금융권 전체로 확대할 타당성을 갖게 된다.

하우스푸어 대책은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표심잡기 차원에서도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심각한 게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논란을 잠재울 중립적 데이터와 권위 있는 분석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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