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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콩트] 이래도 야구를 올림픽에서

어제 베이징 우커송 제2야구장에서 벌어진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한국과 미국과의 경기는 야구의 진미를 만끽 할 수 있는 경기 였다. 전 미국 대통령 고 케네디는 야구는 ‘8대7이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야“라는 말을 남겨 8대7이 케네디 스코어가 되었고,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런데 같은 8대7이라도 한 팀이 내리 7점을 나거나, 다른 한 팀이 8점을 내리 난다면 그다지 재미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두 팀이 총력전을 펴는 가운데 업치락 뒷치락 하며 15점(8대7)을 난다면 경기 내용을 떠나서 매우 재미있는 경기라고 할 수 있는데, 어제 한국과 미국과의 경기가 그랬다. 한국과 미국은 모두 6차례 역전 동점 재역전을 전개하며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경기를 벌였다. 한국 팀의 선발 투수 봉중근은 시즌 중에도 종종 선취점을 내줘 고전을 하고는 했는데, 어제 경기도 1회초에 2안타를 맞아 1점을 허용, 불안한 출발을 했다. 그러나 한국은 1회말 공격에 6번 타자 이대호(4번 이승엽, 5번 김동주)가 김경문 감독의 기대대로 투런 홈런을 터트려 2대1로 역전에 성공을 했다. 한국은 3회말 공격에도 이용규의 2루타에 이은 2사3루 찬스에서 미국 선발 나이트 투수의 폭투로 한 점을 달아나 3대1로 앞섰다. 미국은 이 같이 결정적일 때 마다 폭투와 에러를 범했는데, 역시 메이저리거와 트리플 A 수준을 보는 것 같았고, 이들이 왜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 못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미국은 트리플 A 15명 더블 A 8명 대학생 1명으로 구성) 5회초 미국은 봉중근과 2번째 두수 정대현을 두 둘겨 2점을 따라붙어 3대3 동점이 돼서 이제 야구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5회말 한국은 아예 미국이 추격할 의지를 꺾어 벌이려는 듯 맹타를 휘둘렀다. 원 아웃 이후 9번 타자 고영민이 볼넷을 골라내자 이종욱이 투수 옆 절묘한 번트안타로 원 아웃에 1,2루 찬스를 잡고 이용규가 우익수 옆 적시타로 4대3으로 다시 한 점을 리드했다. 이진영이 원 아웃 1,3루에서 1루수 내야안타로 5대3으로 한 점을 도망갔고 이승엽의 왼쪽 담장까지 굴러가는 2루타로 또 한 점을 달아나 6대3이 되었다. 한국 팀의 유일한 언더핸드 투수 정대현은 6회초 선두타자 쉬어홀츠에게 우월솔로홈런을 맞았으나 7회까지 5타자 연속 탈삼진 등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의 기틀을 마련하는 듯 했다. 그러나 ‘야구의 신’은 한국 팀에게 또다시 시련을 주었다. 6-4로 앞선 9회 초, 이제 1이닝만 막으면 7팀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미국을 상대로 1승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봉중근, 정대현 김광현에 이어 4번째 투수로 등장한 마무리 한기주가 애매한 스피드의 공을 던지며 얻어맞았다. 한기주는 140km대 후반의 공을 던지다 선두타자 헤스먼에게 솔로포를 맞아 6대5를 허용하더니, 티가든에게 우전안타, 바든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고 무사 2,3루 역전위기를 내주었다. 트리플 A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 버금가는 일발장타력을 갖고 있고, 특히 스피드 공에는 적응이 돼서 155km를 넘는 아주 빠른 공이 아니면 차라리 정확한 제구력으로 살살 달래는 게 더 낫다. 김경문 감독은 한기주가 얻어맞자 제구력이 좋은 윤석민을 급히 마운드에 올렸고, 윤석민은 기대대로 첫 타자 존 갈을 상대로 6구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 1사 2,3루가 되었다. 이어 2번 타자 닉스를 2루수 플라이로 잡아내고 브라운을 볼넷으로 내 보낸 뒤 2사만루에서 쉬어홀츠와 상대했다. 그러나 윤석민은 볼카운트 2-0의 유리한 상황에서 쉬어 홀츠에게 2타점 좌전안타를 맞고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제 7대6으로 리드를 당한 채 한국의 9회 말 마지막 공격이 시작되었다. 김경문 감독은 7번 타자 진갑용 대신 대타 정근우를 내세웠고, 정근우는 미국 팀의 마무리 투수 스티븐슨을 상대로 통렬한 2루타로 돌파구를 열었다. 박진만 대신 타석에 들어선 이택근은 2루 쪽으로 땅볼을 날려 귀중한 동점을 만들고 승부를 7대7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한국은 이어진 스티븐슨의 악송구로 1사3루 끝내기 찬스를 잡았고, 이종욱이 승부를 결정짓는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케네디 스코어인 8대7로 대접전을 마무리 지었다. 어제 미국전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 이번 대회는 한국, 미국, 쿠바, 일본, 캐나다, 네델란드, 대만, 중국 등 8나라가 예선 리그를 벌여 1위와 4위 2위와 3위 4팀이 준결승전을 벌여 이긴 팀끼리 금메달, 패한 팀끼리 동메달을 다투게 된다. 따라서 예선리그에서 4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사실 캐나다, 네델란드, 중국은 이긴다고 보기 때문에 강적 미국에 1승을 올린 한국의 4강은 7부 능선을 넘었다고 봐야한다. 특히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미국에 2연패를 당해 동메달에 그친 한도 풀었다.(당시 미국은 금메달) 오늘 벌어질 중국과의 2차전은 어떻게 이기느냐(콜드게임이냐 완승이냐)만 남았을 뿐, 2연승은 확실하다. 국제야구연맹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빠지는 야구를 다시 집어넣기 위해서 프로야구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승부치기까지 도입했는데, 한국과 미국의 1차전 같이 재미있는 승부를 하면 IOC 위원들의 마음도 조금은 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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