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는 하이든의 고전과 슈베르트의 낭만 사이에서 악성 베토벤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으며, 아름다움과 즐거움 그리고 한없이 우아하고 독특한 내음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쇼팽의 음악은 깊고 무거운 의미보다는 시적이고 감상적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베버의 음악적 특성은 고고한 낭만을 통해 흘러나오는 깨끗한 서정성이라 하겠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 이처럼 딱 떨어지게 해설해 준 이는 음악평론가 고(故) 한상우(1938~2005) 씨다. 서울대 작곡과 출신의 저자는 문화방송 제작위원으로 재직하며 12년간 MBC FM '한상우의 나의 음악실'을 맡아 날카로운 비평과 해박한 지식으로 대중 눈높이를 고려한 해설로 사랑받았다. 클래식의 대중화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음악부문 대통령상을 비롯한 여러 상을 품에 안았다.
책은 바흐에서 구스타프 말러에 이르기까지 작곡가 50명의 생애와 이들이 음악사에 미친 영향을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묘사했다. 애초 이 책은 1980년에 처음 출간돼 서울대·이화여대 등지에서 교재로도 쓰였지만 절판됐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주)북랩이 '절판도서 복간사업'의 일환으로 다시 나왔고, 저자의 미망인 신승애 씨가 서문을 대신 썼다.
클래식에 대한 해설이 너무도 친절해 책을 찾는 이가 많았을 만하다. 저자는 클래식 감상 입문자에게 기악보다는 성악곡부터 시작하고, 그 중에서도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부터 들으라고 권한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축배의 노래' '아, 그대였던가'와 푸치니의 '토스카' 중에서 '별은 빛나건만'이나 '라보엠'의 '그대의 찬 손' 등의 아리아를 우선 감상곡으로 추천하는 저자는 이어 서곡과 전주곡, 간주곡 순으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관현악곡과 친숙해지라고 조언한다.
작곡가나 음악에 대한 명쾌한 해설은 저자가 음악과 음악사 전반을 꿰고 있기에 가능했다. 바로크 음악의 마지막 대가로 꼽히는 바흐에 대해 출생시기와 상관없이 그의 음악만으로 느낀다면 "초기 이탈리아 바로크 양식부터 고전, 낭만에 이르기까지 변화된 내음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인상적이다. 50인의 거장에는 홍난파,채동선,안익태,현제명이 포함돼 있다. 책의 말미에는 음악 애호가를 위한 '디스크 수집의 요령'이 수록돼 있다.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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