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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로 열어준 구세주 vs 길들이는 절대권력

카카오톡 게임하기 출시 1년… 명과 암<br>애니팡 등 잇단 돌풍 일으키며 영세 개발사 새수익 모델로 정착<br>수수료 높아 적자 업체 나오고 돈되는 게임만 몰려 경쟁력 악화


'판로를 찾지 못한 중소 게임 개발사의 구세주인가, 게임업체를 길들이는 새로운 권력의 등장인가'

오는 30일이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모바일 게임 서비스 '게임하기'를 선보인 지 1년이 된다. 카카오톡 게임은 출시 직후부터 수많은 화제를 낳으며 정보기술(IT)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지만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단시간에 모바일 게임시장의 파이를 키웠다는 긍정적인 평가 못지 않게 카카오톡 자체가 국내 게임시장에서 하나의 '절대 권력'으로 부상해 또 다른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해 7월 30일 카카오톡 친구들과 모바일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게임하기 서비스를 선보이며 모바일 게임시장에 뛰어들었다. 카카오톡에 등록된 친구나 지인과 게임 점수와 순위를 겨루는 방식은 단숨에 국내 게임시장에 돌풍을 불러왔다. 카카오톡 게임의 첫 주자였던 '애니팡'은 단순한 구성과 아기자기한 재미를 앞세워 출시 23일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확보했고 뒤이어 출시된 '드래곤플라이트', '윈드러너', '다함께차차차' 등 지금까지 1,000만 가입자를 넘은 카카오톡 게임은 모두 8종에 달한다.

카카오톡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창립 6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게임하기 서비스가 없던 2011년만 해도 카카오는 100억원에 넘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게임하기 서비스가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하면서 단번에 69억원의 흑자를 거뒀다. 출시 당시 7개 업체 10종에 불과했던 카카오톡 게임은 불과 1년 만에 99개 업체 180종으로 늘었다.

하지만 카카오톡이 국내 모바일 게임업체의 '등용문'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수수료 문제다. 카카오가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를 가져가는 바람에 일부 신생 개발사는 웬만큼 게임이 성공하지 않는 이상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카카오톡 게임의 수익 구조를 보면 게임 이용자가 1,000원짜리 유료 아이템을 구입하면 300원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개발한 구글과 애플이 수수료 명목으로 먼저 뗀다. 나머지 700원을 다시 게임 개발사(490원∙70%)와 카카오(210원∙30%)가 나눠가지는데 신생 개발사는 자기 몫으로 배분받는 490원의 절반 가량을 다시 유통을 담당하는 대형 게임업체에 내야 한다. 결국 1,000원짜리 아이템을 판매하더라도 실제로 얻는 수익은 250원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주요 모바일 게임업체들이 카카오에 수수료 인하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이유다.



게임업체의 한 관계자는 "힘들게 게임을 개발하더라도 카카오톡에 게임을 공급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대형 게임업체를 끼고 서비스를 할 수밖에 없다"며 "소위 말하는 '대박'을 기록하지 않는 이상 이래저래 수수료를 떼고 나면 적자를 기록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게임업체는 아예 처음부터 독자적인 서비스를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다시 카카오톡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카카오톡 게임 서비스가 출시된 이후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인기 게임 1위부터 10위까지가 모두 카카오톡 게임일 정도로 카카오톡은 국내 게임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통하지 않고서는 게임을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알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얘기다.

카카오톡의 모바일 게임 독식은 장기적으로는 국산 모바일 게임의 경쟁력 악화라는 문제점도 야기하고 있다. 게임업체들이 짧은 시간에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퍼즐게임과 액션게임 개발에 주력하면서 구성만 조금 달리한 아류작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랭키닷컴에 따르면 카카오톡 게임하기를 통해 1위를 차지한 게임은 통상 3개월이 지나면 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 게임의 순위가 유행에 따라 뒤바뀌기 때문에 매출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3개월마다 신작 게임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미 해외에서 게임로프트, 체어엔터테인먼트 등의 대형 모바일 게임업체들이 온라인 게임 못지 않은 규모와 콘텐츠를 앞세운 대작 게임을 앞세워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게임하기 서비스는 신생 개발사의 판로를 개척하고 건전한 모바일 게임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수수료 인하 등 게임하기 서비스를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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