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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뚝심 빛난 대역전 드라마

마지막 홀 동타 허용에도 흔들림 없이 연장전 우승 <br>상금랭킹 3위, 세계랭킹 15위로 도약


뚝심이 빛난 한편의 대역전 드라마였다. 전날 악천후 탓에 3라운드 경기가 순연됐을 때 10번홀까지 마친 최경주(41ㆍSK텔레콤)의 순위는 2타 차 공동 5위였다. 하지만 최경주는 16일(이하 한국시간) 속개된 3라운드 남은 8개 홀에서 2타를 줄여 데이비드 톰스(44ㆍ미국)와 함께 공동 2위로 뛰어올랐고 1타 차 단독 선두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과 함께 마지막 조에서 4라운드를 맞았다. 최근 기세를 떨치면서 경계대상으로 부상한 맥도웰이 4라운드에서만 무려 7타를 잃고 무너지자 우승경쟁은 최경주와 톰스의 대결로 압축됐다. 최경주와 톰스는 공교롭게도 각각 2008년과 2006년 소니오픈을 마지막으로 우승하지 못해 우승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최경주는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코스(파72ㆍ7,215야드)의 악명 높은 17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로 나서며 우승컵에 바짝 다가섰다. 그러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12승을 거둔 톰스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톰스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5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평소 부드러운 이미지와 달리 격정적인 세리머니를 펼쳤다. 불의의 일격을 받아 기세가 꺾일 만도 했지만 최경주는 흔들림이 없었다. 집어넣지 못하면 우승 꿈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는 엄청난 압박감을 이겨내고 1.5m 거리의 파 퍼트를 홀에 떨궜다. 연장전에 나선 최경주는 17번홀에서 홀 12m 지점에 보냈으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어지는 까다로운 퍼트를 1m에 붙였다. 톰스는 5.4m 거리에서 홀을 스치듯 지나가는 위협적인 버디 퍼트를 한 뒤 1m 남짓한 파 퍼트가 홀 왼쪽으로 지나가면서 고개를 떨궜다. 최경주는 여유 있게 파 퍼트를 성공시켜 3년4개월 동안 지속돼온 우승 갈증을 시원하게 날려 버렸다. 4라운드 성적은 2언더파 70타, 최종 스코어는 13언더파 275타였다. 최경주는 4라운드 16번홀(파5)에서 드라이버 샷이 왼쪽 깊은 러프 쪽으로 날아가다 나무를 맞고 떨어진 덕에 파를 지켜내는 행운도 따라줬다. 1타 앞서 있던 톰스는 이 홀에서 두번째 샷을 오른쪽 물에 빠뜨린 뒤 보기를 범해 동타를 허용하며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40개월 만에 따낸 통산 8승째를 자신의 경력상 최고의 우승으로 장식한 최경주는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PGA 투어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950만달러)에서 우승하는 위업을 이뤘다. 특급대회 우승으로 171만달러(약 18억6,000만원)를 받은 최경주는 시즌 상금랭킹을 단숨에31위에서 3위(291만달러)까지 끌어올렸다. 34위까지 떨어진 세계랭킹도 15위로 점프할 전망이다. 최경주는 17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 뒤 곧바로 제주도로 이동한다. 이어 오는 19일부터 나흘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장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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