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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영웅이 부르는 '긴 칼 시름'

김훈 지음 '칼의 노래'충남 아산 현충사에 가면 이순신의 칼이 있다. 그 칼엔 '일휘소탕 혈염산하(日揮掃蕩 血染山河)'라고 씌여있다. '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이는구나'라는 뜻이다.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칼의 노래'는 바로 현충사에 걸려있는 그 칼에 대한 소설가 김훈의 노래이다. 그 중 한구절을 들어보자. "칼은 죽음을 내어주면서 죽음을 받아낸다. 생사의 쓰레기는 땅 위로 널리고, 칼에는 존망의 찌꺼기가 묻지 않는다." 김훈의 노래는 허무하다. 소설은 충무공 이순신이 조선조 정쟁의 제물로 서울로 압송, 고문을 당하고 의금부에서 풀려난 데서 시작돼 노량해전의 장렬한 전사에서 끝난다. 소설의 화자는 나. 즉 이순신 자신이다. "세상의 끝이 이처럼 가볍고 또 고요할수 있다는 것이., 칼로 베어지지 않는 적들을 이 세상에 남겨놓고 내가 먼저." 노량에서 이순신이 남긴 마지막 말은 어느 것 하나 명쾌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작가의 허무주의의 소산으로 비친다. 김훈은 자신만의 독특한 글쓰기 세계를 갖고 있다. 줄기차게 이어지는 단문의 나열, 4ㆍ4조의 운율, 언어의 복합적인 함축 등 그의 글은 운문을 닮은 산문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김훈은 특유의 운율의 살아있는 단문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면서 '칼의 노래'를 한 편의 장편 서사시처럼 풀어낸다. 그 속에서 고독한 영웅 이순신의 거대함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작가는 소설 집필을 위해 현충사를 찾아 이순신 장군의 큰 칼을 하루종일 들여다보다가 "사랑는 불가능에 대한 사랑일 뿐"이라는 칼의 소리를 들었다고 말한다. 김훈은 그에 대한 답으로 '칼의 노래'를 불렀다.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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