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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식 없애니 성적 확 달라졌죠"
입력2009-11-26 18:27:49
수정
2009.11.26 18:27:49
강동효 기자
■ 인터뷰 프로농구 부산KT 전창진 감독<br>'반드시 이긴다' 목표 심어주고 술잔 기울이며 고민도 해결<br>소통의 벽 허문 '형님 리더십' 작년 꼴찌팀 선두질주 이끌어
드라마 같은 변화가 농구 코트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시즌 꼴찌 팀 부산KT가 2009-2010프로농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팀의 간판인 양희승이 은퇴하면서 지난해보다 국내 선수진의 무게감은 떨어지는데도 성적은 A+다. 변화는 우승 조련사 전창진 감독(46)에게서 시작됐다.
원주 동부에서 6시즌을 보내며 우승 3번, 플레이오프 진출 5번을 이룬 전 감독은 지난 4월 모험을 택했다. 역대 최고대우인 3년간 연봉 3억5,000만원의 조건으로 KT에 입성한 것.
'김주성 프리미엄'이 없는 팀에서 전창진표 농구가 어떤 성과를 이뤄낼지는 올해 큰 관심사였다. 시즌이 시작되자 KT는 선두로 나서며 올 시즌 최대 이변으로 떠올랐고 전 감독의 '형님 리더십'은 농구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패배의식을 없애라=최근 부산 사직 실내체육관의 KT소닉붐 구단 사무실에서 만난 전 감독은 "선수들의 의식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오랜 기간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선수들이 '우린 뭘 해도 안 된다'는 식의 생각에 젖어 있었다"며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일부러 큰 소리도 안 쳤다"고 말했다. 동부에서 '치악산 호랑이'로 불릴 정도로 엄했던 그는 KT선수들과 포커도 치고 술도 마시며 친해지는 데 노력했다.
편해진 다음에는 목표를 정해줬다. 'KT선수로 네가 이루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물으며 선수들에게 목표 의식을 강조했다. "플레이오프에 오르고 싶다"는 통이 좁은(?) 선수에게는 다그치며 "사내가 그릇이 너무 작다. 경기에 나가면 반드시 이긴다고 생각해야지"라며 우승을 마음속에 새기도록 했다.
◇고민을 들어주는 형님=프런트 생활을 겪은 전 감독은 선수들의 변화를 감지하는 데 빠르다. 발목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둔 뒤 농구단 주무, 사무국 운영팀장 등 직원으로 10년가량 일했던 그는 선수들에게 고민이 생기면 벌써 플레이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그는 "원주 동부에서와 달리 서울이 연고인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여자친구와 싸우거나 가족이 보고 싶거나 하면 경기력이 확 떨어진다"며 "누가 무슨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지를 바로 체크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의 여자친구를 만나 오해를 풀어주기도 하고 선수 가족들과의 식사도 주선하며 '해결사' 노릇을 자청한다. 전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참 순진하다"며 "가슴에 응어리진 게 풀어지면 코트에서 미친 듯이 뛰어다녀 나도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나는 복장(福將)일 뿐…=전 감독은 지난해 한양대에서 리더십에 관한 특별 강연을 했다. '전창진의 리더십은 무엇이냐'고 물으니 그는 "내가 뭘 잘 했다기보다는 선수들이 날 스타로 만들어준 거다.
난 선수와 감독 사이에 놓인 소통의 벽만 뚫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늘 명장이라는 칭호 대신 선수들을 잘 만나 복이 많은 복장이라고 자신을 표현한다.
선수들을 앞세우는 만큼 경쟁에 뒤처진 후보 선수들에 대한 배려도 남다르다. 슬럼프에 빠지거나 플레이 타임이 줄어든 선수에게는 꼭 편지를 쓴다. 선수가 어떤 부분이 잘 안 됐는지와 감독으로서 느낀 내용을 글에 담아낸다.
선수들이 감독을 오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묘안이다. 효과는 직접적이고 강했다. 선수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정상궤도에 돌아온다. 노쇠했다는 평가를 받던 KT 주장 신기성의 부활도 이 덕분이다.
"시즌 초반이지만 성적이 좋은 만큼 팀의 목표도 수정됐느냐"는 질문에 솔직한 답이 나왔다. "대외적으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라고 하는데 며칠 전에 선수들과 맥주를 마시며 얘기했죠. 대회에 나가면 무조건 우승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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