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의 힘이 애플 편들기와 보호무역 장벽을 무너뜨렸다.'
4일(현지시간)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는 순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의 위치가 일순간 뒤바뀌었다. 삼성은 특허전쟁의 승리자가 된 반면 애플은 '창조 아이콘'에서 '카피캣(제품 모방자)'으로 전락했다.
ITC의 최종판정은 삼성과 애플의 판매·영업 등 경영상에 큰 영향을 주기보다 그 상징성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골적인 애플 감싸기로 자국 산업보호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 사법기관이 일단 애플의 특허침해를 인정하고 한 발 뒤로 물러섰기 때문이다. 향후 장기화가 불가피한 소송전에서 일방적이고 반복적인 애플 손들어주기도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애플은 당장 자국에 아이폰 공급을 제한 받는 수모를 당할 처지에 놓였다. 오는 8월 이후 아이폰4·아이폰3GS·아이폰3G·아이패드1·2 등 5종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지난 2010년 6월 출시된 아이폰4 등 문제가 된 제품들은 모두 구형 모델이다. 지적재산권 전문가 플로리안 뮐러는 자신의 블로그 포스패턴츠에서 "이번 판정이 구형 아이폰과 아이패드에만 적용되는 것이어서 애플의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갤럭시 시리즈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춘 삼성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으로는 현재 가장 오래된 아이폰4와 이번에 특허침해 대상에서 제외된 아이폰4S, 지난해 나온 아이폰5 등만 팔고 있다. 수입 금지가 한 모델이라도 적용되면 제품 포트폴리오가 단순한 애플의 판매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에 반해 삼성은 갤럭시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함께 앞으로 활용할 카드가 많아졌다. 무려 2년 동안 끌어온 ITC 특허침해 소송에서 먼저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애플의 텃밭에서 수입 금지를 이끌어내고 삼성의 특허무기인 3세대(3G) 무선통신 표준특허를 인정받았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이어질 판결을 지켜보며 애플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애플과의 타협도 염두에 둘 것으로 보인다. ITC의 이번 판정으로 삼성이 특허전에서 완전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애플이 예상대로 미 연방항소법원에 항고하겠다고 한 만큼 또다시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ITC의 권고에 대해 8월4일(60일 내) 이전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애플 제품의 수입 금지 조치는 실행되지 않는다. 물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 여론이 예상돼 거부권 행사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8월1일로 예정된 삼성의 특허침해 여부에 대한 ITC의 최종판정이 가장 큰 변수다. 애플이 이기면 양측은 한번씩 승패를 주고받게 된다. ITC는 지난해 10월 애플의 특허 4건을 삼성이 침해했다는 예비판정을 내린 후 올 들어 이를 전면 재심사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ITC가 이번 최종판정처럼 예비판정을 뒤집는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지만 자국 내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삼성의 연승은 쉽지 않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8월 삼성에 불리한 최종판정이 나올 경우 스마트폰 시장의 양강이 모두 미국 수입 금지를 당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스마트폰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의 판매중단을 피하려는 양측이 타협점을 찾으려고 시도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