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로터리/9월 25일] 일의 가치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다. 역시 가을은 사색의 계절인가. 문득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무엇이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가. 돈인가. 명예인가. 무언가를 성취한 순간인가. 타인에게 인정받는 순간인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유리창을 보니 웃음 띤 내 얼굴이 있었다. 내가 언제부터 웃고 있었나. 금방 알 수 있었다. 가족의 미소 짓는 얼굴을 떠올릴 때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됐다는 사실을. 그리고 애초에 나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도 해결됐다. 하지만 다시금 또 다른 생각에 잠기게 됐다. 지금까지 내가 너무 일에만 파묻혀 살아온 것은 아닌가. 의무감으로 하는 것, 시켜서 하는 것은 즐겁지도 않고 오래가지도 않는다. 공부도 일도 운동도, 그 밖에 어떤 것이든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자신이 주도적이 돼야 지치지 않고 계속 할 수 있고 어지간한 장애나 고난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법이다. 여기서 필자는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로서 '일'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때로는 소중한 가족들의 요청도 모른 척 하며 이제껏 일에 매달려온 까닭은 '내가 하는 일'을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 아닌 '내 삶과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삶에 가치를 불어넣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경영하는 회사는 생활용품 소매유통 기업이어서 상품의 판매가는 낮은 반면 구매객 수는 많은 편이라 다른 소매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이 많고 힘들다.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업무량에 비해 보수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필자가 발견한 분명한 사실은 하는 일과 받는 보수가 같아도 일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표정과 태도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가끔 사전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서 매장을 방문하곤 하는데 방문할 때마다 표정과 말투가 밝은 직원과 어두운 직원을 주목해 얼굴을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후에 영업담당자와 함께 매장을 공식적으로 방문할 때 그 직원들에게 하는 일은 어떤지, 힘들지는 않은지 등을 묻는다. 이때 표정과 말투가 밝았던 직원들의 공통적인 대답은 '일은 힘들지만 재미있다. 정신 없이 일하다 보면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간다. 고객에게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 등인 반면 어두웠던 직원들에게서는 '별로 힘들지 않다. 할 만하다'는 식의 형식적인 대답을 듣곤 한다. '에너지 버스'라는 책에는 미국의 36대 대통령 린든 B 존슨과 청소부에 관한 일화가 실려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을 방문한 대통령은 너무나 즐겁게 일하고 있는 한 청소부에게 칭찬의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 청소부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각하, 저는 일개 청소부가 아닙니다. 저는 인간을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답니다." '어떻게 해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좀더 흥미를 갖고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주변 사람들에게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 이전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나와 내가 속한 조직,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가?'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 혹시 과소평가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질문을 먼저 자신에게 던져보는 것이 올바른 순서가 아닐까.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