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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이 흔들린다] `한국적 지배구조` 시급

지난 1월 노무현 대통령과 전경련 회장단의 청와대 회동 자리. 참여정부 들어 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은 세 차례 만남을 가졌으나 청와대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그날 회동은 시종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한 재벌 총수를 수행했던 임원은 볼멘 소리를 털어 놓았다. “걸핏하면 국내 재벌체제나 1인 중심의 오너 경영을 개혁하겠다던 참여정부가 왜 필요할 때만 그룹 오너나 구조조정본부장을 부르나” 이 같은 아이러니는 `영ㆍ미식 주주 자본주의 도입`을 강조하는 현재의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즉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재벌 체제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기업 투명성과 윤리경영도 접목할 수 있는 한국적 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선진형 지배구조 구축은 대세= SK 경영권 위기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취약한 국내 재벌시스템 때문이다. 오너 일가의 황제식 경영과 불투명한 회계관행, 부실 계열사 지원 등이 외국인 투기자본인 소버린자산운영의 공격 빌미를 제공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라도 선진형 지배구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더구나 정부도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데다 주주ㆍ채권자ㆍ노조ㆍ시민단체 등의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경영 감시 및 영향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로 SK 사태도 참여연대의 JP모건과 SK증권간 주식 이면거래에 대한 검찰 고발 건으로 촉발됐다. LG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하고 SK 그룹이 SK텔레콤에서 오너 일가가 전면 퇴진, `브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느슨한 네트워크형 그룹`으로 변모를 시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회적 대타협 시급= 하지만 문제는 `선진형 지배구조` 도입 논의가 주주 이익 극대화나 기업 투명성 향상은 물론 기업경쟁력 향상, 한국경제 발전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 전개돼야 한다는 점이다. 대안연대 정책위원인 이찬근 인천대 교수는 “영미식 주주중심 자본주의는 월가의 투자가들이 제3세계에서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퍼뜨린 논리”라며 “특히 소버린 같은 금융ㆍ투기 자본이 기업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박철준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도 “재벌 시스템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내부 견제 및 투명 경영 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수석연구원은 “GE나 소니 등 세계적인 기업 대부분이 국내 잣대로 보면 재벌”이라며 “스웨덴이나 벨기에는 물론 영ㆍ미도 자국 산업 자본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기준을 무조건적으로 모방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며 재계는 물론 정부와 노동계도 한국적 지배구조를 갖추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국내 재벌이 일자리 창출과 투명경영 등에 대해 확실한 비전을 제시할 경우 정부는 출자총액한도 폐지 등 규제 완화에 나서고 노조도 노사협력을 약속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을 시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박헌준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도 “정부가 자의성이 높은 규제를 풀지 않을 경우 경영 행태가 비윤리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며 “국내 기업들의 정도ㆍ윤리 경영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행정절차 투명성 향상과 규제 완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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