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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아끼는 이건희 회장

생일만찬·美 출장길 등 공식석상서 잇따라 침묵<br>"템포조절·오해차단" 분석

평소 공식석상에서 언론을 통해 경영 메시지를 던지던 이건희 회장이 최근 공식석상에서 계속 말을 아끼고 있다.

10일 이 회장은 부인인 홍라희 여사와 이부진 신라호텔ㆍ삼성에버랜드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과 함께 ‘2012 CES’ 참석차 전용기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자정께 먼저 출발했다.

이 회장은 김포공항 출국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바로 탑승장으로 향했다. 그는 전날인 지난 9일에도 자신의 71세 생일을 맞아 개최한 CEO만찬회장에서 일체의 질문을 받지 않고 간단한 목례로 언론을 맞았다.

이 회장은 최근 출장길이나 공식석상에서 빠짐없이 그룹 현안과 경제전반에 대한 생각을 언론에 밝혀왔다. 지난해 6월에는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출근길에서도 ‘부정부패를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언론을 통해 던지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이 회장이 이미 2일 열린 신년 하례회에서 새해구상과 투자계획 등을 밝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2012 CES’ 현장에서도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내용이 중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을 활용한 경영의 템포를 조절하는 셈이다. 아울러 메시지 중복과 잦은 발언으로 이 회장의 메시지가 가지는 무게감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생일만찬의 경우 후계구도와 관련된 논란과 오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생일 만찬에 이례적으로 부사장들을 부른 것이 이재용 사장과 함께 활동하게 될 젊은 경영진과의 스킨십을 넓혀 후계구도를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만찬 현장에서 관련된 질문을 받을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다만 CES 현장에서는 세계 전자 업계의 흐름이나 삼성의 위상ㆍ역할ㆍ품질에 관련된 심도 있는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10 CES’에서 ‘3D안경이 가벼워야 한다’는 등 새로운 트렌드 주도를 위한 세부사항까지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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