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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청소용역 등 단순업종만 북적… 문화 분야 등 다양화 과제로

사회적 기업 644곳으로 4년새 13배 늘었다지만…<br>영농법인·합자법인 추가 등 정부, 다양한 지원책 추진<br>기업·시민단체와 네트워크 인건비 등 지원 없어도 생존 가능한 생태계 조성을

사회적 기업 ‘서울 일상예술창작센터’ 회원들이 신촌의 홍익대 앞에서 자신들이 만든 창작품을 판매하고 있다. 서울 일상예술창작센터는 자유시장 운영, 지역 청소년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강좌 등으로 수익을 올린다. /사진제공=고용노동부


"사회적 기업 확산이 사회문제 해결의 대안입니다. MRO코리아를 사회적 기업의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만들어 갑시다."

최근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회사인 MRO코리아를 방문한 최태원 회장의 일성(一聲)이다.

지난해 대기업의 MRO 사업에 대한 시시비비가 이어지자 최 회장은 MRO코리아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MRO코리아는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알짜회사'였다. 이후 SK는 소외계층 인력의 채용을 시작으로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에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전반적인 로드맵을 구성해 8~9월 중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644개로 4년 새 13배 급증=아직도 많은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개념인 사회적 기업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 미국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 중 하나인 루비콘을 설립한 릭 오브리 대표의 이 말은 사회적 기업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주나 소유자의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기보다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의 사회적 목적에 충실하면서 영업활동을 병행하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국내에 사회적 기업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정부는 2007년 처음으로 사회적 기업에 관한 통계를 구축했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당시 50개에 불과하던 사회적 기업은 2011년 말 현재 644개로 4년 만에 무려 1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인증 절차가 진행 중인 예비 사회적 기업은 1,260개 달한다.

종사자 수 역시 2,539명에서 1만6,319명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장애인·고령자 등의 취약계층은 1만명으로 60%를 넘는다. 이 같은 변화에 힘입어 최근 고용부는 사회적 기업의 다양화를 꾀하기 위한 올해 인증계획을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조직이 사회적 기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회서비스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상법에 따른 합자조합과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영농조합 등)을 사회적 기업의 형태에 추가했다. 이뿐 아니라 각 부처의 장이 소관분야의 예비 사회적 기업을 직접 육성하고 이 가운데 우수한 기업을 고용부에 직접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 기업 육성주체가 지난해에는 자치단체로, 올해에는 중앙부처로 확대되는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사회적 기업이 탄생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국에 사회적 기업이 처음 등장한 지 10년 만에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 본격적인 2막을 열게 된 것이다.



◇청소용역ㆍ단순생산 등 일부 업종만 북적=국내 사회적 기업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다양성 부족현상을 꼽을 수 있다. 청소용역이나 단순 제품 생산 등의 업무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이 주로 활성화돼 있다 보니 문화나 환경 분야와 같은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풍토가 척박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03년 설립된 뒤 5년이 지나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공공미술프리즘'은 젊은 예술가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문화와 예술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안고 출범했다.

벽화나 놀이터 제작, 마을 축제 기획 등의 작업을 이어가는 이들은 주로 관공서 발주 사업, 보조금 사업, 각종 재단 공모 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한다. 예술 분야의 사회적 기업 가운데 그나마 오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지만 실상은 어려움이 훨씬 크다.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창의적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다 들쭉날쭉한 일감으로 인해 안정적인 경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관련 업계는 서울대생들의 창작 희곡 읽기 모임이 모태가 된 '연우무대'를 앞다퉈 우수 사례로 꼽고 있다.

영화'살인의 추억'의 원작인 연극 '날 보러 와요', 영화 '왕의 남자'의 젖줄이 된 연극 '이(爾)' 등이 모두 연우무대의 보석 같은 작품들이다.

한국의 대다수 연극인들이 삼시 세끼를 걱정하는 저소득층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가운데 연우무대는 스태프와 배우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사업 목표를 인정받아 2010년 서울형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됐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관객의 사랑도 받는 문화 관련 분야의 몇 안 되는 사회적 기업인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생의 화두 안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시대적 방향"이라며 "정부 정책의 다양화는 물론 대기업들 스스로도 이 같은 시대 흐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원 없이도 생존 가능한 생태계 조성 필요=인건비 지원이 종료되는 사회적 기업이 증가하면서 지원이 끝난 뒤에도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의 조성도 시급한 과제다. 결국 이들도 근본적으로는 하나의 기업인 만큼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종교계와 시민단체, 기업 등을 연계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기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자금조달 경로를 늘림과 동시에 판로 개척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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