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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여간의 장고(長考)를 마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서울 노원병 지역 출마를 결심한 배경에는 자신의 새 정치 구상을 위해 직접 정치판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자칫 밋밋한 선거가 될 수 있었던 4월 재보궐 선거는 앞으로 정치권 변화를 미리 내다볼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여야 양당 구도의 재편은 물론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 세력 전반의 개편 논의에도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재보선은 불과 취임 두 달 만에 당선 후 4개월의 행보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받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안 전 교수의 출마 사실을 대신 전한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안 전 교수가 주변 인사들의 많은 얘기를 꾸준히 들어왔다"며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안 전 교수 측근들은 최근 비공개 모임을 잇따라 갖고 4월 선거에 대비한 대응 방침을 논의해왔다. 직접 출마를 두고 부정적 의견이 많았음에도 안 전 교수가 선거에 뛰어들기로 한 것은 향후 정계개편 논의 전면에 서겠다는 의중이 담겼다는 해석이 많다.
자신의 고향인 부산 지역구(부산 영도)에 나와도 됨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관심이 높은 서울 노원병을 선택한 것은 일종의 승부수로 볼 수 있다.
현재 4월 재보선 지역으로 확정된 곳은 서울 노원 병과 충남 부여, 부산 영도 등 3곳이다. 여기에 현재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은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의 경북 구미갑, 김형태 무소속 의원의 경북 포항 남구ㆍ울릉군까지 합치면 5곳가량에서 4월 재보선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노원병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도 금태섭ㆍ조광희ㆍ정연순 변호사나 김성식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 등 안 전 교수 측근들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야권 단일화 등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안 전 교수가 민주당으로의 입당보다는 독자 세력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어 '안철수 신당 창당' 움직임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라보는 야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안 전 교수의 지지 세력이 야권과 겹친다는 점에서 당장 4월 재보궐 선거에서의 연합이 불가피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양측이 입은 상처가 커 쉽사리 관련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겠냐는 회의감이 많다.
이날 민주당은 안 전 교수의 서울 노원병 출마 결정이 전해진 후 김현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안 전 교수는 야권 단일화와 대선을 우리와 함께 치른 분이다.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국민들께 한 약속을 지키려는 것으로 본다"는 간단한 공식 입장만 내놨다. 하지만 이면에는 민주당이 당 대표 선거를 5월 치르기로 한 상태에서 또 다시 안 전 교수가 전면에 나서 자신들이 주변화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안 전 교수가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4월 선거에 본인이 출마한다는 것은 서로 공멸하자는 얘기 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병을 지역구로 뒀던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측은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정미 대변인은 "노원병은 유권자들이 선택한 노 대표의 의원직이 사법부에 의해 짓밟힌 곳"이라며 "노원 유권자들과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안 전 교수의 일방적 출마 선언이 과연 안 전 교수의 방식인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안 전 교수가 출마 발표 전 노 대표에게 전화를 건 것에 대해서도 이 대변인은 "안 전 교수가 이번 사법부 판결에 대한 위로에 대한 얘기만 했을 뿐 자신의 출마에 대해선 말을 하지 않았다"며 "이후 안 전 교수 측 발표로 노 대표가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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