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벤처신화'에 이어 '펀드신화'도 막을 내렸다. 일본 경제계의'이단아'로 불리면 벤처신화를 이끌었던 호리에 다카후미(34) 라이브도어 사장이 연초 구속된데 이어 일본 증시에서'신의 손'으로 존경받던 무라카미 요시아키(46ㆍ사진) 무라카미펀드 대표가 내부자 거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무라카미 대표는 이날 오전 도쿄증권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라카미펀드가 보유한 니혼(日本)방송 주식을 라이브도어에 매각할 당시 내부자 거래가 있었다는 혐의를 시인했다. 무라카미 대표는 "증권거래의 프로로서 내 자신이 죄를 인정하고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증권거래법이라는 규칙을 어긴 이상 이 세계에서 빠질 것"이라고 대표직 사퇴를 시사했다. 무라카미 대표는 지난 2004년 11월 "니혼방송의 경영권을 취득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호리에 당시 라이브도어 사장의 말을 듣고 주식을 매집한 뒤 되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린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에도 니혼방송의 대주주였던 무라카미펀드는 라이브도어가 예고한 대로 이 방송 주식을 대량매수하기 시작, 주가가 급등하자 496만주를 시장에 내다 팔았다. 무라카미 대표는 그러나 무라카미펀드는 유지할 뜻을 밝혔다. 무라카미펀드가 그동안 주목 받은 것은 운용 자금액수 뿐만 아니라 운용방식 때문이다. 지난 99년 설립된 무라카미펀드의 정식 명칭은 'M&A컨설팅(MAC)'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현금성 자산을 많이 보유한 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후 되파는 수법을 써 왔다. 4,000억엔에 달하는 자산으로 주식시장을 통해 일본의 대기업들을 잇따라 적대적 매수한 뒤 주주 중심의 경영 개선을 요구하는 '무라카미식 수법'은 벤처신화인 호리에 전 사장과 함께 일본 경제계에 충격을 던졌다. 무라카미가 매수를 시도한 기업은 후지TV의 모회사 니혼방송, 민영방송사인 TBS, 오사카증권거래소, 프로야구단 한신타이거스의 모회사인 한신전기철도 등이다. 무라카미 대표는 이날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지난 1월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에도 끝까지 부인으로 일관하며 결국 자신의 라이브도어가 상장폐지되는 수모를 당한 호리에 전 사장과 대비됐다. 이와 관련 도쿄지검 특수부는 이날 오후 무라카미 대표와 관련자 등 모두 4명을 증권거래법 위반 협의로 체포했다. 무라카미 대표의 책임 인정으로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증시에서도 무라카미펀드가 각각 11%, 5% 지분을 보유한 마쓰자카야와 USEN은 전날 급락의 충격에서 벗어나 이날 소폭 반등했다. 닛케이지수는 전주말에 비해 0.5% 떨어진…에 마감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