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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제언-용산개발, 새판을 짜라] <하> 투자만 하고 책임 안지는 서울시

단순 투자자 넘어 개발 주체로 적극 나서야<br>해외 도시 개발 처럼 민·관 공동 참여 필요<br>사업 실패 책임 가린 뒤 공공중심 사업구도 시급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길을 잃고 헤매는 데는 인허가권자이자 지분도 갖고 있는 서울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탓이 크다.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 뒤편으로 서울시가 무리하게 사업에 편입시키면서 6년간 재산권 행사를 제한 받아온 서부이촌동 아파트가 보인다. /서울경제DB


"용산개발의 가장 큰 패착은 공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중국 상하이 로완구는 지분 5%만 가지고도 민간 디벨로퍼를 모두 컨트롤해 지금의 신천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서울시도 인허가권자라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개발 파트너로서 적극적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용산개발사업 위기의 단초는 서부이촌동 통합개발안이었다. 3조원 상당의 토지보상비 마련을 위해 단기간에 물량을 쏟아내는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밖에 없었고 애초 주민 의사를 제대로 묻지 않아 강제수용이 결정된 후에도 2,200여가구의 주민 이해가 충돌하면서 사업이 난항을 겪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업이 무산위기를 맞으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 또한 서부이촌동 주민이었다.

◇일방적 서울시 결정이 위기 불러와=애초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추진하면서 코레일은 철도기지창만을 계획안으로 추진했지만 서울시는 '제2차 한강르네상스 계획'에 연계해 2007년 8월17일 서부이촌동을 포함한 개발계획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발표 2주 후인 8월30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예상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이주대책 기준일로 설정했다. 그 과정에서 주민의사를 묻는 절차는 일절 생략됐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측은 최근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는 투기 등의 이유로 보안이 기본적이라는 것은 전문가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라며 "2008년에 주민의사를 물어 동의율이 50%를 넘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200여가구가 밀집해 있을 만큼 소유권이 쪼개져 있는 도심지역을 수용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하는 것 자체기 '난센스'고 추진 과정에서 주민 의사를 묻지 않은 것은 더 큰 문제였다고 입을 모은다.

56.4%의 동의율 역시 당시 시행사인 드림허브 측이 보상금 현금지급 12억2,000만원, 보상금 이자수익 2억9,025만원, 민간개발 혜택 2억6,900만원, 입주권 프리미엄 8억6,000만~12억9,000만원 등 최고 30억6,925만원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장밋빛 청사진으로 얻어낸 동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사실상 용산개발의 큰 밑그림을 좌지우지했음에도 정작 사업이 위기에 처하고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는 "민간 사업인 만큼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방관하면서 주민 피해와 갈등을 더욱 키우고 있다.



◇민ㆍ관 개발, 공공의 역할이 성패 갈라=전문가들은 이 같은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울시를 중심으로 하는 '공공 디벨로퍼(developer)'가 사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구도로 사업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해외 대규모 도시개발사업 성공사례는 대부분 도시개발공사와 같은 공공이 사업에 깊이 관여하는 '공공-민간 합동개발(Public Private DevelopmentㆍPPD)' 형태로 진행된다. 대표적인 예가 뉴욕 맨해튼 배터리파크시티를 개발한 배터리파크시티 개발공사다.

PPD의 개발과정은 ▲지역주민 의견수렴을 통한 계획목표 설정 ▲사업성 평가 후 지역 선정 ▲민간 디벨로퍼 선정 ▲공공-민간 협의를 통한 세부 개발계획 수립 및 사업 추진 ▲공공의 개발과정 관리감독 ▲지속적인 자산관리 등의 흐름으로 진행된다. 사업기간이 20년 가까이 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공 디벨로퍼는 특히 사업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대신 민간에 가능한 한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배터리파크시티 개발공사의 경우 인허가권을 뉴욕주로부터 위임 받아 심의 절차를 간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토지 임대, 장기채권 발행, 재산세 대납(Payments In Lieu OF TaxesㆍPILOT) 등을 통해 사업성을 높이면서도 안정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확보했다.

김 교수는 "개발사업은 고위험ㆍ고수익의 양면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용산개발도 새판을 짜기 위해서는 파산 같은 책임을 묻는 절차가 앞서야 한다"며 "특히 사업을 재추진하는 과정에서는 가칭 '용산개발청'과 같은 공공 중심의 새로운 사업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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