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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지금은 문화경쟁시대
입력2005-01-16 18:48:53
수정
2005.01.16 18:48:53
박연우 <문화레저부차장>
‘모마(MOMA: Museum of Modern Art)’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뉴욕현대미술관이 4년에 걸친 공사기관과 1조원이라는 비용을 들여 재개관한 지 두달이 넘었다. 요즘도 동시 수용인원 6,000명인 미술관 밖으로 300m의 줄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니 놀랍다.
이 미술관 리모델링 비용 중 82%에 해당하는 비용이 록펠러 가문 등 미술관 이사진을 비롯해 순수한 기부자들의 모금으로 조달됐다. 나머지 일부는 자체 소장품을 해외 미술관에 빌려준 대여료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 도쿄의 모리미술관(50억원)과 베를린미술관(100억원)이다. 엄청난 대여료를 지불한 전시인 만큼 볼거리가 많았는지 두 곳 모두 대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한 나라의 문화적 역량과 경쟁력이 기업경쟁력은 물론 국가 브랜드로까지 연결되고 있어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지난 86년 ‘서양미술의 흐름전’을 여는 데 10억엔의 비용을 들였다. 당시 언론에서는 한 전시에 미술관 하나를 지어도 남을 막대한 비용을 들인다는 비난도 있었다.
그러나 그리스에서 온 작품부터 이집트ㆍ이탈리아 등 세계 곳곳의 우수 작품들 중 웬만한 것은 다 전시되는 블록버스터급으로 자국의 재력과 국민들에게 세계 문화예술품에 대한 향수권을 준다는 자부심만큼의 큰 성과를 거뒀다.
파리시의 경우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초대전 경험과 이름 있는 공모전에 입상하면 영구임대주택 겸 작업실을 제공한다. 뉴욕시의 경우 작가들에게는 저렴한 임대료로 아파트를 세주고 있다.
문화경쟁이 요즘은 국가적인 차원보다 세계 대형 미술관들이 자체 파워를 키워가기 위한 방법으로 세계 분관을 세우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과 퐁피두센터,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과 뉴욕 모마 등이 대표적이다.
수입 확대를 위해 스페인의 빌바오와 이탈리아 베니스, 독일 베를린, 라스베이거스에 이미 분관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한 구겐하임미술관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와 멕시코의 과달라하라, 홍콩, 대만의 타이중(臺中)에 새로운 분관 설치를 추진 중이다.
이렇듯 우리는 지금 문화경쟁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받아들이는 문화에 따라 국가 및 도시의 경쟁력에 차이가 난다.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술의 중요성을 인식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미술관을 세우고 작가들에게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열악하다 못해 빈혈상태에 놓인 우리 미술시장을 조금이나마 인식한 정부가 올해 25억원의 국고를 투입,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아트뱅크제도 방침을 발표하고 앞으로는 유능한 작가의 창작열을 높이기 위한 스튜디오 시설도 확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소식도 있어 반갑다.
국립현대미술관도 올해 미술품 구입 예산이 5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억원이나 늘었다. 이 정도면 미술시장에서 큰손으로 꼽힐 만하다.
화랑가에서도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해외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세우고 있다. 이런 시도들이 전반적인 경제불황의 영향으로 우리 미술품시장을 얼마나 크게 바꿀지는 모르나 활력을 불어넣을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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