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월에 시행할 예정이던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오는 2020년까지 유보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대다수 국내 완성차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현대·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2일 "제도 시행이 유보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시행이 유보된 5년여의 시간 동안 연료소비 저감기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저탄소차협력금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를 사는 사람에게 부담금을 매겨 이를 재원으로 연료소비가 적은 차를 사는 사람에게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제도의 취지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소비 패턴을 작고 연비가 좋은 차 위주로 재편해 에너지 소비 절감을 유도한다는 것이지만 이 제도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유럽의 디젤차와 일본 하이브리드차가 가장 큰 수혜를 입는 반면 국산차 업체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된다.
이 제도는 당초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이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해 같은 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문제제기로 시행이 2015년 1월로 연기된 바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그동안 정부에 제도 시행 유보를 요청하며 "국산차 고객이 부담금을 내고 수입차 고객이 지원금을 받는 현상이 생겨 역차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왔다.
정부가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을 2020년까지 유보하기로 결정한 이날 협회는 공식입장 발표를 통해 "앞으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개발과 내연기관 연비향상 기술개발에 적극 투자하는 등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내 업체 중 제도 시행 유보 소식에 가장 크게 안도하고 있는 회사는 쌍용자동차다. 이 회사는 사이즈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공기저항을 많이 받아 연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대형차를 주력 차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역시 디젤과 하이브리드 차종을 공격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판매량이 많은 '볼륨모델'은 가솔린 세단과 SUV여서 제도 시행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다만 국내 완성차 업체 중 르노삼성의 입장은 다소 다르다. 대주주인 프랑스 르노가 소형차 부문에서 앞선 기술을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SM3 Z.E.'와 같은 친환경 전기차나 고연비차 개발에 경영전략의 무게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으로 성장세가 가속화될 수 있었던 수입차 업계로서는 시행 연기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BMW코리아와 폭스바겐코리아는 인기 모델이 주로 중소형 디젤차에 집중돼 있으며 도요타와 렉서스 역시 국내 수입차 시장의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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