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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전쟁'에 멍드는 지자체

민원 크게 늘어 직원들 화장실도 못갈 판<br>정부 보조금 모자라 경비까지 떠맡아<br>주무부처 외교부는 "예산부족" 타령만


주민등록증은 없어도 살지만 여권 없이는 못사는 시대다. 휴가철을 맞아 여권 수요가 폭증하며 서울시내 각 자치구마다 ‘여권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권발급을 위해 민원인들이 오전4시부터 나가 기다리는가 하면 번호표를 받기 위한 다툼도 비일비재하다. 담당 공무원들은 야근은 기본이고 화장실만 갔다 와도 민원인들의 항의를 받는 처지다. 일선 자치구에서는 여권발급 장소가 모자라 옆 사무실까지 이용하고 여권발급 예산이 중앙정부 소관임에도 수천만원의 자치구 예산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권발급 제도의 구조적인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외교통상부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수수방관하고 있다. 25일 여권발급 업무로 극심한 불편을 겪는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여권발급 시스템의 문제점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외교부로 발송했다. 노원구가 만든 이 동영상에는 여권발급을 위해 새벽부터 나와 기다림에 지친 민원인들이 졸고 있는 모습, 번호표를 받기 위해 아우성치는 모습, 매일 민원인들과 전쟁을 치러야 하는 일선 공무원들의 불만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노원구는 동영상을 통해 ▦외교부의 여권처리 주전산기 용량 확대 ▦여권발급 대행기관 25개 전 구청으로 확대 ▦전국적인 통합 예약접수 시스템 시행 ▦여권발급 수수료의 지자체 일부 배정 등을 건의했다. 노원구의 올 상반기 여권발급 현황은 총 8만5,059건(1일 평균 68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8,931건(1일 평균 356건)의 2배에 가깝다. 이들 일선 자치구는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여권발급 비용에까지 자치구 예산이 들어가는 것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현재 10년 만기 여권 수수료는 5만5,000원. 이중 4만원은 외교부를 통해 국고로, 1만5,000원은 국제교류기금으로 들어간다. 외교부에서는 해마다 자치구에 여권업무 관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 일선 자치구들의 지적이다. 노원구의 경우 지난해 여권 수수료 29억2,000만원 중 노원구에 배정된 보조금이 9억원 수준이다. 이는 여권업무 인력 15명을 기준으로 산출된 것이지만 현재 노원구에서는 20여명에 가까운 인원이 여권업무에 매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실질적으로는 7,000만여원의 구 예산이 추가로 지원된다. 윤훈균 노원구 민원여권과장은 “여권업무가 이렇게 힘든데 적어도 인건비와 소요경비는 중앙정부에서 확실히 제공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특히 일선 자치구에서는 대부분의 여권 담당 공무원들이 야근까지 하며 여권업무에 매달리고 있지만 민원인들로부터 웃돈, 여행사와의 커넥션 등의 각종 의혹까지 받자 견디기 힘들다는 호소가 빗발치고 있다. 서초구의 한 담당 공무원은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 여권을 발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범죄자라도 되는 듯 의혹을 받으면 정말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러한 ‘여권대란’ 문제에 대해 외교부는 언론의 취재까지 기피하는 등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교부 여권과의 한 담당자는 “예산부족 등의 이유를 수차례 설명했지만 일부 언론들이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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