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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필드에서의 고국걱정

이번 주에 미국 LPGA투어가 개막된다. 지난 98년 맨발 투혼으로 경제 위기에 처해있던 국민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었던 박세리, 남들 한 걸음 걸을 때 발을 두 번 떼야 한다면서도 씩씩하게 우승컵을 거머쥐던 김미현 등이 다시 필드에 나선다. 올해 LPGA투어는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 13명에 조건부 시드를 가진 선수들 까지 무려 20명의 한국 여자 선수들이 누비게 될 무대가 되는 것이다. 14일 시작되는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한창 연습에 매달리고 있는 딸을 응원하기 위해 미국에 동행한 한 아버지가 전화를 해왔다. 평범한 안부 전화라고 했지만 “별 일 없냐”고 묻는 말에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이 담겨 있는 듯했다. 이역만리 먼 땅에서 듣는 고국 소식이 영 불안했던 모양이었다. 묻어두고 나갔던 주식 값은 날로 떨어지고 북한 핵 문제가 미국 언론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딸 아이 연습하는 모습만 집중해서 살펴보기 어려운 눈치였다. 미국 선수들이나 그 동안 안면을 튼 대회 관계자들이 걱정해준답시고 `네 나라 괜찮냐`고 몇 마디 건넸던 것도 다 가슴에 무겁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국내 여자 대회 개막전이 봄 시즌이 지나가는 5월말에나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국내에 남아 있는 딸의 동료 선수들 걱정을 하더니 두 번, 세 번 “별 일 없냐”고 같은 말을 묻다가 전화를 끊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보니 걱정 어린 선수들과 그 부모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세계가 소식이 빠르게 전해지고 대부분의 소문은 부풀려지기 마련이라는 것까지 감안하면 그들이 느끼는 국내 상황은 매우 심각한 수준인 듯하다. “한국이 위기라는 소리 한두 번 듣냐”며 손사래 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멀고 먼 땅에서 느끼는 불안의 강도는 정작 소문의 진원지에 걸터앉아 있는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강한 것 같다. 누군가 “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했던 것처럼 맨발 투혼을 발휘하든 20명 전원이 우승컵 하나씩 차지하든 LPGA 선수들이 더 잘하면 국민들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농담 삼아 말하는 것을 들었더니 뒷맛이 영 씁쓸하다. 한 때의 감동으로 고통을 잊는 일은 이제 그만 됐으면 싶다. 겨우내 스윙을 교정하고 체력을 단련하며 시즌을 준비 해 온 선수들이 그들을 소개하는 장내 아나운서의 `프럼 코리아(From KOREA)`라는 소리에 큰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김진영기자(생활산업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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