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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한ㆍ중 정상과 중ㆍ일 정상


눈이 먼 자유무역협정(FTA)는 없다. 대통령의 방중 성과라는 한중 FTA에는 무수한 난제가 남아 있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정치적으로도 그렇다.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인 상황에서 관변에서는 장밋빛 청사진부터 나왔다. 정부출연연구소에서는 한중 FTA가 발효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최대 3.7% 상승할 것으로 추정한다. 자동차와 기계류, 화학제품 같은 전략수출품목과 중간재와 부품 수출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제에서다.

과연 이게 가능할까. 서울과 베이징, 두 도시를 달리는 자동차를 보면 답을 유추할 수 있다. 베이징에는 외국 브랜드 자동차가 서울보다 훨씬 많이 눈에 들어온다. 웬만큼 이름이 난 메이커라면 대부분 중국에 현지법인 형태로 진입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한중 FTA가 발효되기만 하면 한국산 자동차의 대중 수출이 급증할 수 있다는 기대는 순진함을 넘어 환상에 가깝다. 한중 FTA가 쟁쟁한 외국 자동차회사와 경쟁할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자동차뿐 아니다. 기계류와 화학에서 최종소비재와 유통에 이르기까지 다국적기업들이 진출하지 않은 분야가 거의 없다. 중국이 발전하면 할수록 양국의 산업구조가 상호 보완적에서 경쟁적으로 변해간다는 점도 FTA를 체결하기에 부담스럽다.

공산품 수출 증대 기대난

물론 한중 FTA 수혜업종이 없지만은 않겠지만 간과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추세로만 본다면 한중 간 무역은 확장이 아니라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이다. 양국의 지난해 교역규모는 2,000억달러선. 수출에서는 이미 전체의 20%를 넘어섰다. 해마다 교역이 10%대 후반에서 20%씩 늘어난 결과다. 문제는 이 같은 초고속으로 증가하는 운동 에너지를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속도를 늦추더라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한 마당에 한중 FTA로 교역 증가 속도가 가속된다면 결과는 자명하다. 탈진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농업과 어업, 인력 이동 부분까지 생각하면 아찔할 뿐이다. 중국의 동북부와 연안지방에서 생산하는 농수산물의 수도권 반입에 걸리는 시간은 한나절이면 충분하다. 동양적 식생활이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는 마당에 중국산 농수산물은 미국산 등에 비해서도 훨씬 강력한 가격ㆍ비가격 경쟁력을 지닐 것이 분명하다. 그나마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국내 농업과 고사 위기의 어업의 붕괴가 눈에 보이는 것 같다.



대안은 없을까. 일본의 사례에서 길이 엿보인다. 지난해 말 북한 김정일 위원장 사망이라는 메가톤급 뉴스에 묻힌 상세하게 알려지지 않은 중국과 일본의 상호통화 결제 방식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양국의 무역에서 달러 대신 위안화와 엔화로 결제하는 비중을 늘리겠다는 합의는 발전하기에 따라 동아시아 무역을 넘어 국제무역, 기축통화 경쟁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사안으로 꼽힌다. 한국이 이 대열에서 배제되지 않고 원화와 위안화를 상호무역에서 결제통화로 활용하는 방식을 구축한다면 얻을 이익이 적지 않다.

통화 무역결제 시스템에 주목해야

세계주요무역국가 가운데 자국통화 결제비중이 가장 낮다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무역으로 인한 환변동 위험성도 최소화할 수 있다. 위안화를 국제 결제통화로서의 위치를 굳히려고 애쓰는 중국과도 협상에 별다른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굳이 FTA라는 중후장대한 장치를 깔지 않아도 양국 간 실익을 챙길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중 FTA만큼은 최대한 신중하게 일정을 밟았으면 좋겠지만 걱정이 앞선다. 국가 중대사를 충분한 협의와 합의 없이 순식간에 처리하는 습성 때문이다. 시간에 쫓기는 조급증 환자가 아니라면, 세계 3대 시장과 FTA를 체결했다는 '치적'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널리 보고 천천히 갈 일이다. 눈이 먼 FTA는 없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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