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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앤조이] 백두산, 2,500m 넘는 外輪峰 16개 병풍처럼

산아래 첫 마을에서 정상까지 차로 2시간…천문봉(2,670m) 넘어서자 발 아래 천지가 '활짝'

한국 등반객들이 새해인 1일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얼어붙은 천지 위를 걸어가고 있다.

2006년 병술년(丙戌年)의 마지막 태양이 31일 하늘과 땅을 붉게 물들이며 백두산 너머로 가라앉고 있다.

2,500m 넘는 外輪峰 16개 병풍처럼 [리빙앤조이] 산아래 첫 마을에서 정상까지 차로 2시간천문봉(2,670m) 넘어서자 발 아래 천지가 '활짝'푸른 하늘… 하얀 산… 장군봉 손에 잡힐 듯…천지 저수량 20억㎥ 소양호와 맞먹는 규모크고 작은 온천 10여곳 주변엔 눈조각 축제 한창 최수문 기자 chsm@sed.co.kr 한국 등반객들이 새해인 1일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얼어붙은 천지 위를 걸어가고 있다. 2006년 병술년(丙戌年)의 마지막 태양이 31일 하늘과 땅을 붉게 물들이며 백두산 너머로 가라앉고 있다. 백두산에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항공편으로 만주지방의 중심지인 선양(瀋陽)에 도착한 후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연변조선족자치주 주도인 옌지(延吉)로 향했다. 대부분의 백두산행은 실질적으로 옌지가 출발점이다. 옌지에 도착한 것은 구랍 30일 늦은 저녁. 호텔에 짐을 풀고 ‘간도’에서의 첫 날 밤을 보냈다. 공항 건물의 간판이 ‘연길ㆍ 延吉’로 돼 있는 등 도시 전체에서 한글과 한자가 병존하는 모습들이 이채롭다. 옌지가 조선족 사회의 중심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TV에서는 연변방송에서 한글(조선어)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분명히 한글인데 명사나 형용사들을 쉽게 알아듣기가 힘들다. 점점 커지고 있는 언어 이질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인 31일 아침 일찍 백두산으로 이동했다. 백두산 아래 첫 동네라는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가 우선 목표다. 버스로 4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였다. 차는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중심을 가로질러 지나갔다. 아침 시간이라서 집집 마다 굴뚝에서는 흰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안내인의 말을 들으니 대부분 집들은 여전히 땔나무로 난방을 한다고 한다. 옌지시 경계를 벗어나자 길이 험해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백두산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낮 12시경 얼다오바이허에 도착했다. 조그마한 마을이다. 같은 조선족자치구라도 백두산쪽으로 가까이 갈수록 조선족의 비율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자치구 전체 인구 250만 명 중 조선족은 100만 가량인 데 비해 얼다오바이허에서는 조선족이 10%에 불과하단다. 북한과의 국경에서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조선족은 대부분 떠나가고 이를 한족 등 다른 민족이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며 마을을 채우고 있는 셈이다. 오후 2시 마침내 백두산이다. ‘창바이산(長白山)’이라고 크게 쓰여진 산문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부터가 실질적으로 백두산이다. 중국에서는 백두산을 창바이산이라고 부른다. 하나의 산이 두 나라의 영역으로 나뉘어지면서 이름도 2개가 있는 셈이다. 분단의 아픔은 한반도만이 아니다. 백두산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4세기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옛 지리서 산해경(山海經)에 불함산(不咸山)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나온다. 이후 태산(太山), 도태산(徒太山), 태백산(太白山), 장백산(長白山)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다가 12세기 여진족이 세운 금(金)나라 시대 이후 장백산으로 굳어져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여진족은 백두산을 ‘과륵민산연아림(果勒敏珊延阿林)’이라고 불렀는데 뜻은 ‘길고 하얀 산’, 즉 장백산이었다는 것이다. 고조선ㆍ고구려 계통인 금나라도 선조의 발상지로서 백두산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했다. 한(韓) 민족과 이웃으로서 당연한 논리이기도 하다. 이후 중국에서 청나라 등 여진족의 역사를 흡수하면서 백두산도 중국의 명산 계보에 들어간 것이다. 우리나라 문헌에도 태백산이나 장백산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백두산(白頭山)이라는 이름은 고려사 광종 9년(938년)조에 처음 나오는 데 이후 고려ㆍ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대체로 이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는 상태다. 글자 그대로 머리인 산정상이 하얀색이라는 뜻이다. 이름에 흰 백(白)자가 많이 들어가는 것은 산 정상이 거의 1년 내내 눈으로 덮여 있고 또 흙과 돌들이 화산 폭발시시 튀어나온 분출물인 흰 부석(浮石)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구멍이 많아 물에 뜬다 해 부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리 일행은 정상으로 보다 쉽게 오르기 위해 설상차를 이용했다. 설상차 출발 정류장 근처에 눈으로 조각된 백두산 ‘괴물’이 시선을 끌었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전설, 네스호의 네시 괴물을 모방하려는 걸까. 백두산 괴물을 띄우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인다. 100년여 동안 많은 사람들이 천지에서 괴물을 직접 봤다고 신고했고 일부에서는 촬영한 사진까지 증거로 대기도 했다. 다만 천지의 가장 최근 화산폭발이 1903년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 큰 생물체가 살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주장이 강하다. 발견된 물체는 강을 헤엄치는 곰이거나 부석일 것이라는 추정이다. 다만 관측됐다는 괴물도 대략 2m 크기라고 하는 데 여기에 조각된 눈괴물은 10m가 넘는다. 중국인다운 허풍이라며 그냥 웃었다. 설상차를 타고 한시간을 올라갔다. 해발 2000m 정도를 넘어서자 나무들은 사라지고 황무지만 남았다. 위쪽으로 정상과 아래쪽으로 백두 용암대지가 보이며 시선이 확 트인다. 만주 벌판이 우리의 발 아래 있는 것이다. 다행히 해지기 전에 목표로 했던 천문봉(2,670m)에 올랐다. 눈 아래로 갑자기 하얀색 천지가 펼쳐졌다. 겨울 얼어붙은 천지다. 맑은 하늘, 하얀 땅. 반대쪽 북한령인 백두산 최고봉 장군봉(2,750m)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저 멀리 반대편 산자락에 조그맣게 움직이는 물체가 있다. 옆 사람에게 물어보니 아마 북한 경비병이지 않을까 한다. 북한쪽에서는 백두산을 관광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앞서 백두산을 경험해 본 사람들도 이런 좋은 날씨는 처음이라고 한다. 삼대가 음덕을 쌓아야 한다고 하더니만 우리는 큰 행운을 만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두들 천지와 일몰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바쁘다. 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2,500m 이상의 외륜봉(外輪峰)은 16개로, 천지 호수면에서 400~500m 높이에 있다. 옛날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면서 쏟아져 나온 흙과 돌들이 산을 이룬 것이다. 가운데 구멍은 물이 차면서 천지라는 호수가 되었다. 외륜봉들은 천지라는 ‘생명수’를 지키는 무사처럼 늠름하게 서있다. 가장 높은 봉우리가 동남 방향에 있는 장군봉이다. 중국쪽 최고봉우리는 백운봉(2,691m)이다. 해가 지고 저녁때부터는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다. 기온도 뚝 떨어졌다. 산 정상의 온도는 마이너스 30도를 오르내린다. 우리가 하룻밤을 묶은 곳은 천문봉 바로 아래의 세워져 있는 천지 기상관측소 산장으로 중국쪽 백두산 정상에서는 유일한 숙소다. 당초 새해 일출은 오전 6시30분에 시작될 것으로 예보됐다. 하지만 눈보라는 계속됐다. 멀리 백두산 넘어서 동은 터 왔지만 바라던 해는 보이지 않았다. 제대로 서있을 수도 없는 눈보라가 계속됐다. 우리 일행은 결국 8시가 넘어서야 숙소를 출발했다. 천문봉에 올라가서 일출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은 버리고 바로 천지로 내려가기로 했다. 산장에서 출발, 인근 철벽봉(2,560m) 능선을 따라 달문으로 내려갔다. 한 시간쯤 걸었을까. 60도 가까운 급경사를 내려간 후에 드디어 평지에 섰다. 여기가 천지다. 꽁꽁 얼어붙고 그 위에 한 자나 되는 눈이 쌓였지만 분명히 천지다. 천지 얼음을 밟고 있는 것이다. 안내인은 천지 수면의 얼음 두께가 약 2.5m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 수면의 해발 고도는 2,189m로 세계 화산호 가운데 가장 높다. 동서 길이는 3,540m 이고 남북은 4,500m다. 둘레는 1만4,000m, 면적은 9,150㎡ 정도. 가장 깊은 곳은 384m, 수심은 남쪽이 얕고 북쪽으로 갈수록 깊은 데 평균은 214m다. 천지의 저수량은 약 20억㎥로, 소양호 저수량(29억㎥)에 맞먹는다. 이 물들은 놀랍게도 주로 지하수에서 나온다고 한다. 아래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지하수가 전체 천지물의 61.5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천지 호면에 직접 내리는 빗물이 30.76%, 산지에서 흘러내리는 것이 7.73% 정도다. 이렇게 천지 물이 주로 지하수에서 나오기 때문에 한여름에 천지물을 마시면 차고 시원하고 수면이 얼어붙는 겨울철에도 끝임 없이 흐를 수 있는 온천수를 이룬다는 사실이 설명이 된다. 천지의 아래위로 백두온천, 호반온천이라는 두 온천지가 있어 때로는 상대적으로 얇게 깔린 얼음을 깨고 온천욕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간이 흘러 태양은 외륜산 너머에 어슴푸레 떠 올랐지만 눈바람은 오히려 거세졌다. 예정된 시간 때문에 하산을 서둘러야 했다. 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외륜봉에서 유일하게 좁은 계곡으로 천지 물이 산 아래로 흘러내리는 입구인 달문에 섰다. 한겨울인데도 눈속 조그만 구멍에서 물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따뜻하다. 천지의 온천에서 나온 이 물들이 이 한겨울에도 얼지 않고 흐르고 있는 것이다. 절경이 따로 없다. 과거 책에서는 천지의 물이 동쪽으로 흘러 내리는 것이 두만강이고 서쪽은 압록강이라고 쓴 적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조사에 따르며 천지 물의 출구는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이 달문으로 통하는 승사하(乘磋河) 하나 뿐이라고 한다. 강은 백두폭포(중국명 창바이폭포)를 지나 만주의 쑹화강 상류로 들어간다. 반면 압록강과 두만강은 모두 백두산 산자락에서 흘러내리는 것을 시원으로 하는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달문을 떠나 1㎞ 쯤 걸어 내려왔을까. 눈 덮인 계곡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를 만났다. 백두산 최고의 절경이라는 백두폭포다. 해발 2,200m 높이에서 물이 68m 가량 수직으로 떨어지며 겨울에도 얼지않는 폭포를 만들어 내고 있다. 흰 눈과 그 사이를 흐르는 따뜻한 강물, 그리고 피어 오르는 안개…. 일행은 백두산에 아쉬운 마음을 접고 물길을 따라 내려왔다. 산 아래자락 얼다오바이허에 이르는 길의 양옆에는 크고 작은 온천 10여 곳이 있다. 이 온천들은 마치 용무리가 물을 뿜는 것과 같다 해 일명 취룡(聚龍)온천이라고 부른다. 온천지가 차지한 면적은 약 1,000㎡에 달한다. 최고 온도가 83도로 그냥은 뜨거워서 찬물을 탄 후에 노천 온천욕을 즐긴다고 한다. 취룡천은 유화수소의 함량이 높아 주위의 청회색 화산암을 등홍색 또는 초록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또 칼슘ㆍ마그네슘을 함유, 피부병, 관절염 등 질병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길가에서는 온천 물로 직접 삶은 달걀을 파는 데 그 맛도 일품이다. 최근 백두산을 관광지화 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으로 산 자락에 수많은 얼음 및 눈 조각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올해는 백두산에도 강설량이 적은데 이들은 제설기로 인공 눈을 만들면서까지 관광상품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중ㆍ장기적으로는 스키장과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대규모 리조트 건설 프로젝트도 추진중이라고 한다. 입력시간 : 2007/01/1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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