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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북아 평화안보 근본 흔드는 아베의 도박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어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하고 말았다. 참배 뒤에 그는 "일본을 위해 귀중한 생명을 희생한 영령에게 존승의 뜻을 표했다"며 "한국과 중국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고 말했다. 궤변이다.

아베는 야스쿠니신사가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와 같은 성격이라고 강조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야스쿠니신사는 전신인 도쿄초혼사가 설립(1868년)되던 시기부터 문제를 안고 있는 시설물이다. 일본 왕을 살아 있는 신(현인신·現人神)으로 받들며 국가 이데올로기로 정한 국가 신토(神道)를 보급하기 위해 설치한 침략의 상징물이다.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해 일본에 진주한 미군이 가장 먼저 단행한 게 '히로히토왕의 현인신 부정' 발언과 국가 신토 금지였다. 침략전쟁에서 일본군이 보여준 광기의 근원이 현인신 숭배와 국가 신토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야스쿠니에는 태평양전쟁의 전범들도 합사돼 있다. 일본 현직 총리의 전범에 대한 추모는 태평양전쟁을 침략전쟁으로 규정하고 단죄한 1948년 극동국제군사재판과 미국이 정한 전후질서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다. 아베의 도박이 한국과 중국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도전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굳이 야스쿠니신사의 의미를 찾자면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와 나치 전범들의 묘소 격이다.



우리는 아베의 일탈을 재침 의도를 지닌 도박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아베노믹스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지지도가 떨어지자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한 참배 강행이 일본 내에서 먹혀들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안보와 역사를 떼어내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려던 한국의 노력과 미국의 중재도 물거품이 돼버렸다. 동북아 안보의 축인 한미일 삼각협력도 타격 받게 생겼다. 아베의 도박과 질주로 북한과 잠재적성국만 돕는 꼴이다. 아베는 '참배를 못해 통한'이라고 말해왔다. 틀렸다. 참배한 게 '천추의 한'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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