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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재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환율정책보고서에서 이례적으로 한국의 환율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함에 따라 원화절상 압박에 본격 시동을 건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09년 수출 2배 증대를 목표로 내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위안화 문제를 놓고 중국과의 기싸움에서 큰 재미를 못 보자 한결 수월한 상대인 한국을 다음 타깃으로 삼거나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관측이다. 미 재무부가 공개한 '2010년 하반기 환율정책보고서'는 한국 환율정책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종전보다 휠씬 높았다. 종전에는 환율시장에 개입했다는 단순평가에 불과했으나 이번에는 개입규모까지 자세히 기술하는가 하면 환율의 유연성 확대와 개입 자제까지 촉구했다. 보고서는 "한국 경제의 회복 강도, 외환보유액 증가, 경상수지 흑자 확대 등을 감안할 때 환율의 유연성을 높이고 시장 개입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원화가치가 저평가됐으니 시장 개입을 자제하라는 '무언의 압력'이나 다름없다. 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사례까지 뒤늦게 들춰냈다. 보고서는 "한국은 시장결정 환율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금융위기 이후 원화의 대폭적인 평가절하를 막을 목적으로 과도하게 개입했으며 2009년 이후에는 (반대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였다"며 양방향 개입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외환보유액이 2009년 2월 2,010억달러에서 2010년 12월 2,870억달러로 늘었으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29%, 단기외채의 2배에 해당한다"면서 "이 시기 한국의 순개입 규모는 한은의 선물시장 운용, 한국투자공사(KIC)에 대한 투자 등을 감안할 때 외환보유액 순증가액 860억달러 이상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외환당국은 겉으로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일 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내심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압력수위를 높이기 위해 주변국에도 강한 표현을 사용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국이 환율조작국도 아니고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은 대부분의 나라가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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