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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핀란드의 겨울전쟁

김영학 무보 사장


"너무 달려가다 핀란드 국경을 넘어 스웨덴까지 침범할까 걱정이다." 지난 1939년 11월 핀란드를 침공한 어느 소련군 지휘관의 자신에 찬 말이다. 독일과 불가침조약을 체결한 소련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를 비행기로 폭격하며 서전(緖戰)을 장식했다. 소련군의 파죽지세에 핀란드의 패배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3개월 후 소련군은 고전 끝에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핀란드는 거대한 적 소련과의 정면승부를 피하고 실리 위주의 창의적 유격전술로 맞섰다. 사냥으로 단련된 농민들은 '스키부대'를 조직해 소련군을 저격하고 보급품 수송에는 순록을 이용했다. 양조장에서 만든 수제 화염병은 소련군 전차를 멈춰 세웠다.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에 소련군 사상자는 20만명에 달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들이 소련의 위성국가가 됐지만 핀란드는 독립을 지켜냈다. 냉전 시기에는 중립국을 선언하고 소련과 서방과의 중계무역으로 부를 축적하는 등 영리한 국가전략으로 발전을 거듭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복지국가가 됐다.

아직 더운 날씨에 왠 '겨울전쟁' 이야기일까. 사실 핀란드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북유럽에 있지만 근면하고 강인한 민족성, 교육을 중시하는 문화, 강대국에 둘러싸여 치열하게 생존해온 역사 등 우리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다른 점도 있다. 매사 실용적인 측면을 우선시하는 핀란드와 달리 유교문화권인 한국에서는 중과부적의 열세에도 전력을 다하는 '정면승부'를 당당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주변에 대국들과 이웃하고 있는 한국의 지정학적 상황은 경제에 조금 더 창의적인 경쟁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핀란드식 유격전술을 교훈으로 삼으면 어떨까.



금융 부문에서 과거 경제개발 시대에는 정부가 대규모 정책자금을 모아 우선순위에 따라 대출해주는 직접금융을 당연시했다. 기업들도 정부가 제공하는 저리 특별융자를 활용해 국내외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덩치를 키워왔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의 해외진출이 늘고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부 주도 정책금융도 글로벌 상업은행과의 경쟁·통상 마찰 등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반면 세계 경기 침체에도 정책금융을 필요로 하는 우리 기업들의 외화자금 수요는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보다 많은 우리 기업들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외화자금의 원활한 공급이 필수다. 이를 위해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직접대출을 통한 '정면승부'보다 간접지원 중심의 '유격전술'이 필요해 보인다.

무역보험공사는 보증과 보험을 통해 국내외 금융기관의 유동성을 우리 기업들의 수출과 해외투자로 연결하고 있다. 적은 재정투입으로 다양한 금융수요를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효율적 정책수단일 뿐만 아니라 상업금융기관의 대출기능과 경쟁하지 않고 보완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시장친화적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가 간 '무역전쟁' 속에서 무역보험제도가 한국 기업의 승전보에 더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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