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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발목잡는 불안심리

국내경제 여건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민간소비와 투자가 저조한 가운데 지난 1월 무역수지 흑자폭마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 가면 적어도 1ㆍ4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당초 전망을 훨씬 밑도는 3%대로 나타날 지도 모른다. 이러한 예상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은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미ㆍ이라크 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여기에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의 긴장마저 고조되는 분위기여서 대외경제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외부충격에 대한 대내적 완충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불안심리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악화되기 시작한 민간 소비심리는 올들어서도 공급측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 압력,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내 경제정책의 변화없이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는 한 소비심리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시중유동성이 안전자산인 채권이나 금(金)에 대한 수요 증대로 이어지고 있을 뿐 생산적 소비나 투자로는 전혀 흘러가지 않고 있음은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기업의 투자심리회복도 지지부진하다. 기업들은 풍부한 시중유동성,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벌써 2년 이상 설비투자는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거나 기껏해야 소폭의 플러스 증가율을 보였을 뿐이다. 국내외 수요부진이나 과잉생산능력 탓이기도 하고 최근 유가급등이나 원화가치절상 등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기업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는 주요한 요인으로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면 새 정부의 지상과제 가운데 하나인 동북아경제중심국가건설의 내용을 둘러싸고도 혼란스럽다. 물류중심지인지 IT 중심지인지, 금융 허브(hub)인지 명확한 비전이 설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새 정부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창출하기 위해 대기업의 부정적인 경영 행태와 구조를 개혁하고 기업관련규제를 대폭 완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렇지만 우리 경제의 실질적 투자 주체인 대기업들은 규제완화라는 당근보다는 개혁의 채찍을 더욱 크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시적 구조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거시정책의 효과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금리정책의 효과가 거의 없는 이유는 효율적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시경제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시 구조개혁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경제적 갈등이 증폭되고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이 야기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거시경제의 안정화는 구조개혁을 저지하는 요인이 아니라 구조개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제다. 지금은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민간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러한 불안심리에 대처하기 위한 마땅한 정책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금리인하나 재정지출확대는 급격한 경기 위축을 어느 정도 막을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계부채증대나 재정적자 확대 등 부작용이 따라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민간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완화 또는 해소하기 위해서는 첫째 제한적인 수준에서 재정지출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경기부양책을 실시하여 대외적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대내적인 완충장치를 보강해야 한다. 더불어 일관된 거시 정책 기조를 보여주어야 한다. 둘째 직접적 경제정책 수단에 한계가 있는 만큼 경제주체들의 심리적인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비경제적인 조치들도 필요하다. 예컨대 경제정책당국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의견조율이나 인수위와 재계의 협조분위기 등이다. 경제는 심리다. 민간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안정을 회복시키기 위한 정책당국의 정책 운용의 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하겠다. <박민수(산업부 차장) mins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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