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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제지] 홍콩 콩코디아사 싼값인수 비결
입력1999-07-11 00:00:00
수정
1999.07.11 00:00:00
박형준 기자
한솔제지의 콩코디아 인수 뒷얘기가 화제다.자산가치 1억2,000만달러 짜리를 10분의1 가격에 산 것이나 2년이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정도로 인수효과가 크다는 점 때문이다.
한솔은 지난달 24일 홍콩 유일의 제지업체인 콩코디아를 부채를 제외한 자산인수방식으로 1,250만달러(150억원)에 인수키로 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콩코디아는 연간 25만톤의 백판지(산업용 포장지)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산하기 전까지 연간 매출액은 1억달러, 자산은 1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94년에는 미국 나스닥(NASDAQ)에 상장될 정도였다. 이런 회사를 한솔은 부채까지 빼고 1,250만달러에 인수했다.
정보와 협상력이 주효했다. 한솔은 국제입찰에 앞서 채권은행 등으로부터 정보수집부터 했다. 현지 영업망까지 동원해 미국·유럽·일본업체 5~6개가 이미 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격은 가장 중요한 사안. 입찰에서 독점협상권을 잡기 위해 우선 3,200만달러를 최초 입찰금액으로 써냈다. 이때가 올초. 그러나 3번에 걸친 대규모 실사와 내부토론을 한 결과 2,000만달러를 넘으면 수익성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세워 미국의 컨설팅업체 KPMG도 끌어들였고 영국계로 홍콩법에 정통한 변호사도 구했다. 시간도 한솔 편이었다. 콩코디아의 주거래은행인 도쿄은행은 3월말 결산 전까지 콩코디아를 처리해야만 했다. 이런 점을 최대한 활용해 3월중순에는 급기야 최종가격을 1,250만달러까지 낮췄다. 두달여 사이에 2,000만달러 가량을 깎은 셈이다.
백판지 기계를 새로 놓으려면 보통 톤당 800달러가 들어가지만 콩코디아는
겨우 톤당 50달러에 산 셈이다. 이 딜로 채권은행 관계자들은 「물갈이」가 됐을 정도다.
물론 관련업계의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년 가까이 된 낡은 기계를 사서 무엇하려는 거냐, 홍콩시장을 독식하려는 것이냐 등등 말도 많다. 콩코디아가 망하면서 한국 백판지 산업이 호기를 맞았는데 그 공장을 다시 돌릴 필요가 있는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 건은 2년이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정도로 짭짤한 투자다. 현재 한솔이 홍콩에 수출하고 있는 물량은 월 1만3,000톤 가량. 이번 인수로 1만8,000톤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가격도 콩코디아 부도전 톤당 430달러였던 것이 지금은 500달러 가까이 받고 있다. 월 35만달러(5,000톤 70달러)의 이익을 남기는 셈이다. 두루마리로 수출하던 것을 콩코디아에 있는 16대의 제단기를 이용해 변규격으로 짤라 팔면 톤당 50달러는 더 받을 수 있다.
콩코디아 자체의 수익성도 충분하다. 풀가동을 하지 않더라도 최소 5,000만달러의 매출에 500만달러 영업이익은 가능하다. 인수대금과 부대비용에 쓴 이자 100만달러를 빼도 연간 400만달러는 남는 셈이다.
아직 47년이나 남은 토지임차권도 꿀맛이다. 한해 임차료는 20만달러이며 지금 당장 임차권을 처분해도 600만달러는 받는다고 한다.
한솔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외국기업 M&A에서 보기드문 성공작이 될 것』이라며 『2~3년내 홍콩증시에 상장하면 인수효과는 더 커질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준 기자 HJ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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